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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Nov 08. 2023

마음속의 불씨

커져라, 타올라라, 빛을 비추라

이李씨(이하 이): 빛이 사라진 세상을 생각해 보자. 더 나쁜 것은, 삶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후라는 것. 얼마 전 아름다운 휴양지로 이름 높던 하와이의 대화재와도 닮은 사건이 일어났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참혹한 조건이라 희망을 찾기 어려웠어. 그러던 어느 날, 그들에게 '빛'을 주는 사람이 등장해. 이건 진짜 물리적인 빛이야. 밤에도 환하게 밝힐 수  있는 힘과 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거리를 만들며, 학교를 세우고, 거대한 도시를 다시 재건할 수 있었어.

그.리.고. 그는,

어둠과 빛을 갈라놓고, 정의의 이름으로 어둠을 정죄하고 심판하는 것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이 되도록 '감옥'도 만들었지. 그는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고, 그 어둠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자야.


이야기는, 그 Governer가 만든 감옥에서 태어나 자란 아홉 살짜리 남자아이 퐁 Pong에서부터 시작해. 퐁은 가버너가 건설한 아름다운 강 서쪽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면서, 정의와 평등, 공정을 찾아보기 힘든 감옥을 떠나 자유의 몸이 되는 상상을 했지.


그리고 어느 날, 탈옥에 성공해. 몸이 허약한 단짝 친구 솜킷 Somkit을 감옥에 두고 혼자 떠나는 게 맘에 무척 걸렸지만, 탈주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후라 돌이킬 수도 없었어.


그리고는, 이 조그만 도망자 소년에게 허기, 만남, 축복, 위험, 각성, 결단, 도전, 실행, 직면 등 격랑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거야.


점선면(이하 점): 그럼, 이 소설은 퐁의 성장소설이겠군. 친구인 솜킷은 감옥에 남겨졌다 하더라도, 주인공이 친구이니, 언젠가는 다시 등장할 것도 같고, 여자 인물도 있나?


: 퐁의 성장이 한 축이라면, 소설의 다른 축은 녹 Nok이라는 소녀의 성장이야. 퐁과는 사뭇 다른 조건의 인생이지. 아빠가 퐁과 솜킷이 갇힌 여자교도소의 교도소장이고, 질 높은 교육의 수혜자이며, 무술에도 조예가 깊고, 공부도 남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요즘말로 엄친딸.


퐁의 탈옥 때문에 아빠가 좌천되는 걸 보면서, 퐁에 대한 복수심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협심에 불타올라. 그 둘은 감옥 밖에서 첫 만남에서 한 명은 도주자, 한 명은 추격자로 만나서 대결해. 대결이라는 말보다는, 일방적인 퐁의 도망이긴 한데, 여기서 녹이 퐁의 범법행위를 비난하는 말에 퐁이 격하게 대항하지.


'법? 너희 같은 사람들이야 법을 지키는 것이 쉽지. 법이 옳고 그른지는 누가 정하고, 판단하는데?'그 말을 던지고서 절벽에서 몸을 날려 강물로 뛰어드는 것으로 녹의 추격에서 빠져나와.


: 그럼, 퐁과 녹은 거기서 드라마틱하게 만남을 끝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운명인 거  같네. 언제쯤 어쩌다 다시  만날까?


: 둘은 상대에게 너무 예민해져 있는 탓인지, 존재의 파장과 냄새까지 느껴질 경지에 이르렀는데, 후반부의 조우는 대격돌이 아니라 한배를 탄 운명으로 바뀌어  있었다는 거. 녹이 자기 자신을, 세상을, 그리하여 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반전이 일어난 후였거든. 한마디로 과거의 원수가, 오늘날의 동지가 되는 상황인거지.


그렇게 되기까지 퐁과 녹이 헤쳐 나오는 사건들이 정말, 숨 가쁘게 이어져. 영어로 표현하자면 Real page-turner. 뒤 이야기가 궁금해서 페이지가 쑥쑥 넘어가.


글로 쓰인 장면장면인데, 마치 디즈니의 동양 감성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누가 만화영화로 이 장면들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


: 이 씨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미덕은 흥미진진함인 것 같네. 성장소설로서의 미덕은 어떤 점이  있을까?


: 몇 가지만 정리해 볼게.


첫째, 자아에 대한 수용.

등장하는 소년소녀 주인공들이 각자 처한 처지가 딱하지. 소년들은 범법자의 자녀라서 감옥에서 태어나서 감옥에서 자라. 녹도 자신의 출신과 본류에 대한 대오각성하는 지점이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내고  있어.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질문들이야.


둘째, 사회의 부당함과 부조리함.

권력자 가버너가 통치하는 세상은 평화를 가장하는 독재의 세계야. 법의 질서라는 진정 만인을 위한 것일까? 출신과 과거의 기록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면서, 미래를 제한하는 사회.

재력이 곧 소유의 계급을 만들고, 계급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거리의 쥐처럼 떠돌 수밖에 없는데도, 그들을 향해 비루하고 천한 인간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차별하는 사회.

빛과 어둠은 태생적이며, 영원히 빛은 빛이고 어둠은 어둠으로만 머무르는 것인가, 하고 저자가 질문하고 있어. 자신을 빛이라 부르는 어둠을 향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대해.


셋째. 사람을 변화시키과 세상을 낫게 만드는 것은 차가운 심판인가? 따뜻한 용서일까?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그를 변화시킨 것은 용서였지. 퐁이 만난 큰 스님 Father Charm은 퐁에게 용서를 베풀고 축복해 주지. 그는 퐁 외에도 많은 인생을 축복해 주었어. Father Charm이 알아봤던 퐁의 남다른 마음.이것이 때로는 퐁을 스스로 괜한 고난과 사건으로 이끌기도 했지만, 퐁의 마음의 온기는 자신과 세상을 밝히기에 이르지. 퐁의 마음에 담긴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한 것은 바로 큰 스님의 사랑이었어.  


우정, 용서, 사랑, 정의, 연민, 자기 수용, 연대, 헌신, 기타 좋은 가치들이 이야기에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 소설을 좋아하는 학생, 성인들 모두 즐거운 독서가 될 거야.


이번 회의 책은 'A Wish in the Dark'이고요, 우리말로는 '어둠을 걷는 아이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Wish의 느낌이 사라진 우리말 제목이라 조금 아쉽네요. 영문판 문장이 간결하고 사건전개가 빨라서, 영어원서 읽기 교재로도 강추할만합니다.


A Wish in the Dark(Candlewick Press)/어둠을 걷는 아이들(책읽은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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