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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an 21. 2024

누가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생쥐와 인간_Of Mice and Men 

이李씨(이하 이): 앞선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에 이어, 같은 저자의 소설. 비슷한 시대상인데, 조금은 순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가족도 없이 그저 서로를 의지해서 일자리를 구해 떠도는 두 남자의 이야기야. 

커다란 체구의 남자 이름은 레니 Lennie , 그 옆의 작은 체구지만 영민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남자는 조지 George. 


점선면(이하 점):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이 씨의 제목이 밝히지 않는 두 가지가 있잖아. 

누가_라는 주어의 정보도 없지만, 무엇을_이라는 목적어의 정보도 없어. 

어쨌거나, 누군가는 무엇인가를 향해서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는 얘기라는 거지? 


소설 제목을 보고 추측하자면, 사람이 생쥐를 향해 총을 쏘는 사건이 나오는 건가? 


: 이건 어때? 생쥐가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하하. 

미안, 내가 너무 뻔한 농담을 했네. 

지금부터는 정색하고 얘기를 해줄게. 


레니와 조지가 새로 도착한 농장에는 다른 일꾼들이 있었어. 각자 사연과 개성이 있는 인물들이 하나씩 묘사되고, 그 사람들 간의 관계도, 또 이들과 농장주의 아들 컬리, 또 그의 아내와의 관계들도 조금씩 펼쳐져.


그 일꾼들 중 한 명 캔디 Candy를 소개할게. 그는 사고로 한 손을 잃었어.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었지.

힘쓰는 일 대신 다른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아. 그리고 그와 못지않게 나이 많은 개를 돌보고 있어. 너무 나이가 많아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앞도 못 보는 데다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서 엄청난 악취도 풍겨. 

다른 일꾼들은 모두 캔디의 개를 하찮게 취급하고, 함부로 하지. 하지만 캔디에게는 소중한 반려견이라서 동료들의 구박에, 마치 자신이 구박당하고 홀대받는 것 같이 마음이 쓰리지.


다른 여러 가지 사건이 있지만, 나는 이 캔디와 캔디의 개에 대한 에피소드를 심어놓은 작가의 의도에 반했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왜 그게 필요했는지를... 어떤 의태의성어를 쓸까 꽤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네.. 퍽? 팍? 빡?... 이런 거 다 안 어울리고.. 불현듯 깨달았거든. 


: 캔디의 개에게 일어난 일이 중요한 복선, 특히나 소설 마지막의 사건과 크게 연관성이 있는 거구나. 어떤 일이 있길래? 


: 캔디의 개는 농장일꾼들이 보기에 늙고 병들고 더럽고 쓸모없는 존재야. 그래서 캔디에게 그 개를 처리하라고 사람들이 말하지. 하지만 캔디는 그럴 수 없잖아. 자기 손으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단 말이야. 


그러던 차, 일꾼 한 명 칼슨 Carlson 자기가 대신해주겠다고 나서. 개를 데리고 나가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들리는 발의 총성. 칼슨은 조금의 자비나 동정도 없이 개에게 방아쇠를 당겼어. 

캔디는 그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그리고 다른 일꾼들도 알아. 그게 캔디에게는 얼마나 큰 상실일지. 하지만 자신들에게는 그저 더럽고 냄새나는 개를 치워버린 별일 아닌 일들이었어. 


여기, 두 남자. 레니와 조지. 그들은 떠돌이 일꾼들이지만, 농장에서 조금 다르게 보이는 존재들이었어. 일단은 그 당시 남자들은 거의 혼자서 떠도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둘은 붙어 다녔거든. 

그리고, 또 하나, 특별나게 달랐던 점.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어. 

돈을 모아, 자신들만의 땅을 사고, 농장을 일굴 거라는 꿈. 대놓고 자랑하고 떠들지는 않았지만, 둘은 착실하게 꿈을 향해가고 있었고, 특히 레니는 그 꿈을 너무나 사랑해서 말로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는 걸 좋아했지. 그 때문에, 캔디까지 그 내용을 알게 돼. 

자신의 장애와 나이 때문에 농장에서  쓸모없어 쫓겨날까 두려웠던 캔디도 이제 그들에게 돈을 보태기로 하고 그 꿈에 합류하지. 


: 이 씨가 다를 때랑 다르게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게, 수상쩍어. 


: 음,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비밀에 부칠 거야. 

점 씨가 물어본 누가_무엇을_향해 방아쇠를 당기는가? 에 대한 답을 해 줄게. 

저기 포스터에 나와있는 두 단짝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길 거야. 


왜냐고 묻고 싶겠지? 

둘은 친구였고, 동반자였는데. 같은 농장의 꿈을 키우던 사이였는데!


그 사이에 한 명의 여자가 있어.

이 여자가 문제의 발단이었어.

무려 농장주 아들의 아내야. 

그러면, 쉽게 드는 생각이 치정에 의한 살인인가, 생각되겠지?


존 스타인벡은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차원의 인간의 모순과 오해, 운명의 잔인한 장난, 사회적인 차별과 냉대에 대한 묘사와 복잡한 인간상, 힘겨운 사회상을 버무려 두 사람의 마지막 장면까지 끌고 가지. 


한 사람은 생명이 다함으로써 꿈이 끝났고, 캔디와 다른 한 명은 두 사람만으로는 자신들의 땅과 농장의 꿈을 지켜갈 수 없다는 걸 알아. 

작은 실낱같던 꿈, 그러나 떠돌이 농장생활을 견디게 해 주던 꿈이 모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지. 


: 작가님이 너무 완벽한 비극으로 끝내버린 거라면, 조금 속상하고 우울한데. '분노의 포도'에서도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 분위기였는데. 


: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으로는 방아쇠를 당김으로써 살아남은 한 명. 이 자를 지켜보는 동료일꾼이 한 명 있거든. 슬림 Slim이라고. 지적이고 통제력과 이해심이 있는 등장인물이야. 

그가 홀로 남아있는 이를 지켜볼 때 그의 깊은 상실, 왜 그런 결정과 행동을 했는지를 알았을 거야.


슬림은 남은 한 남자를 잘 위로했을 거고.

어쩌면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에서는 슬림과 그가 함께 농장의 꿈을 이어가기를 바라. 


: '누가?', '누구를?',에 더해서 '왜? '까지도 말해주지 않는 정말 최대로 불친절한 리뷰이네. 

에잇, 원작과 영화사이라는 매거진 이름에 맞게 그 차이를 말해주고 끝을 내주라. 


: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 

등장인물의 머릿속과 가슴에서 요동치는 생각과 감정들을 읽어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어. 

영화는 배우의 표정과 연기로 표현되는 것들인데. 언어로 섬세하게 그려지는 생각과 감정은 상상력과 감정의 파동을 불러일으키지. 


총구를 향하고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소설과 영화가 표현한 방식을 선택하라면, 난 두말 하지 않고 소설의 편을 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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