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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an 07. 2024

넛지nudge로 배운 인생교훈

저을수록 냄새가 고약해져.

점선면(이하 점): 제목에 걸린 인생교훈이 인상적이네.

저을수록 냄새가 고약해지니까 이제 그만 나쁜 꿍꿍이를 멈추라는 말이잖아.  자기가 하는 짓이 나쁜 짓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뜨끔 했겠어.


이李씨(이하 이): 인생교훈이라고 빡! 너무 팩트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슬쩍 넛지(팔꿈치로 툭 치는 행동)로 양심을 일깨워주는 어른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지.


아, 넛지 nudge 얘기 먼저하자.

이걸 뭐라고 풀어쓸까 사전을 찾아보니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책"넛지 Nudge"에서 정의되었더라고. 참 멋진 설명이다 싶었다.


: 그럼, 오늘의 이야기는 나쁜 짓을 진행 중인 어린 주인공과, 그 주인공에게 인생교훈을 준 좋은 어른 한 명이 등장한다는 걸 알겠고, 우리의 어린 주인공은 어쩌다 왜,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된 건지?


: 열한 살 소녀 조지나 Georgina와 가족들은 딱한 처지가 되었어. 아빠는 집을 나가고, 월세는 밀려있어서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든. 조지나에게는 어린 남동생 토비 Toby도 있는데, 이 둘은 엄마의 낡은 고물자동차에서 밤을 보내며, 근처 편의점이나 식당, 쇼핑몰에서 씻고 학교에 가. 엄마는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돈을 벌러 다니니, 밤늦게서야 녹초가 되어서 차로 돌아오고.


당장에 용모는 지저분해지고, 숙제는 밀리고, 시험은 망치지. 선생님이 조지나의 변화를 걱정하면서 몇 번을 부모님께 서신을 보내지만, 그건 조지나의 가방 맨 밑바닥 어디쯤에선가 구겨진 채 엄마에게 전달되지는 못하지.


조지나는 지금 외롭고도 화가 나고 슬퍼. 아빠가 가족들에게 푼돈 조금 남겨놓고 사라져 버린 일, 느닷없이 집이 아니라 차에서 지내면서 매일 밤, 눈에 띄지 않게 주차하고 거기서 밤을 보내야 하는 일.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자기의 방이 없다는 것.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이 일을 말할 수 없다는 점. 친구들과도 점점 서먹해지고, 아이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기피하는 것을 느끼면서, 조지나는 집, 집, 집을 자기의 방, 방, 방을 간절히 원하게 돼.


집을 구하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조지나는 집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로 계획을 세워.


: 열한 살짜리 소녀가 집을 구하기 위해 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운다? 어떻게?


: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조지아의 눈에 번쩍 들어온 것, 바로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는다는 광고. 거기에는 사례금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지. 영특한 조지아의 머릿속에 반짝, 생각이 떠올랐어. 그리하여 오늘의 이야기 '개를 훔치는 방법 How to Steal a Dog'는 조지아의 노트에 그 실행의 단계들을 하나씩 적어나가면서 소설이 진행돼.


: 제목에 나온 말 '저을수록 냄새가 고약해진다 The more you stir it, the worse it stinks'는 어느 대목에서 누가 조지나에게 해 준 말인 거야? 개을 훔치는 계획이 어느 정도 실행되었던 모양인 것 같은데.


: 실제로, 조지나는 개를 훔치기 위한, 더 엄밀히 말하면 그 결과로 개를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 훔친 개를 외딴곳에다 놓고 먹이를 주면서 이제나 저제나 주인이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한 전단지를 붙이고, 사례보상금을 마련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차였지. 그런데, 개를 숨겨둔 곳에 수상쩍은 인물이 나타난 거야.


낡은 자전거에 행장을 싣고 다니며 이곳저곳 떠도는 노숙자 무키 Mookie. 그의 궁색한 차림과 행장에 조지나는 겁도 나고, 싫기도 했지만, 그가 스스로 말한 대로 그는 배운 것은 없어도, 스마트한 사람이었어.


: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떠돌이였지만, 그가 보고 들은 정보들로 조지나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챈 거였구나.


: 음. 그리고, 그는 조지나에게 부드러운 넛지로 옳은 것을 선택하게 해 준 것 말고도, 조지나의 엄마가 몰던 고물자동차가 고장 난 것도 알아채고 남몰래 슬쩍 고쳐준 것으로도 보여.


그가 스스로 말한 대로, 사람은 자기 앞의 길보다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자기가 지나간 자리에 친절과 선의의 흔적을 남겨놓았어.


: 흠, 무키의 말을 듣고 조지아는 어떤 결정을 했을지?


간혹 매서운 손가락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말보다는, 무키의 말처럼 양심을 때리는 부드러운 말이 더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하잖아.

집에서 살고 싶어서 꾀를 낸 일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도록 조지나도 마음은 편치 않았을 같아.


: 그랬지. 조지나는 심지어 훔친 개의 주인에게 접근해서 전단지를 만들어라, 사례금을 준다고 해라, 자기와 동생 토비가 도와주겠다 하면서 말 그대로 stir(휘젓는 일)를 계속해대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 아이쿠야. 개 주인이 이 진실을 알게 되면 어찌하려고!


: 소설 초반에 가정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조지나의 아버지는 좋은 어른이 아니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다른 어른들은 조지나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성숙한 사람들이었어. 여기까지만 말할게.


실의와 절망. 나쁜 일들이 거듭되고,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가끔은 정상적이지 못한 뇌의 회로가 작동하기도 하지. 그 점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야량이 있는 어른들이 있는 덕분에, 조지나는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할 힘을 찾았어.


nudge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인생 선배들의 이해와 용서가 있어서, 세상은 어린 주인공에게 살만하다는 긍정을 심어주지.


자, 기억하자. 예리한 칼날 같은 지적보다 부드러운 넛지.

너와 나, 이런 지혜를 구하도록.


오늘의 책은 'How to Steal a Dog', 우리말 번역서 제목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입니다.

'완벽한'이란 단어가 들어가면서 우리말 제목이 훨씬 매력적으로 들리네요.

동명의 우리나라 영화도 있고요, 소설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고 해요.

어린 조지나가 감당해야 하는 일은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사랑과 용서, 성장을 맛보는 가족영화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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