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는 두려움을 모르고, 새로운 자극과 모험을 꿈꾸기에, 술레만을 숭배하지. 그리고 자신만의 꿈을 굳게 세워. 자신도 술레만과 같은 영웅이 되겠다고. 자신의 생존능력과 공격, 방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신하고 있기에, 툭하면 걱정스러워하고, 행동에 제한을 두는 엄마가 너무 못마땅하기만 해.
점: 그럼, 소설의 후반부는 산지가 드디어 모험을 떠나서 원하던 대로 영웅이 되는 건가?
이: 이 책의 빼어난 점에 포함된 단어, 우정을 빼놓을 수 없지.
주 화자인 호머와 여동생, 산지와 그의 언니 주나 Juna, 그리고 주나를 연모하는 빌리 Billy, 그리고 산지와 앙숙인 페르디난드 Ferdinand까지 꽤 여럿이서 모험을 떠나지.
무슨 모험이냐고? 호머의 엄마가 있는 백인들의 농장으로 가서, 엄마를 구출해 오는 거.
그것뿐만이 아니라, 큰 위기_프리워터의 존재가 드러나서 백인들이 프리워터로 진격해 오는 것_가 현실이 되기 전에 그 정보원을 막아야 했어.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던 도망노예. 호머는 그의 비밀을 알아채고 만 것이지.
또 하나, 프리워터의 옥수수밭을 홀라당 다 태워먹고 마을의 거주지까지 집어삼킨 화재사건. 타서 무너진 마을 재건을 위한 물품들이 필요했어. 그 불은 자연발화가 아니었어. 저 모험의 길을 떠난 원정대의 한 명이 고의는 아니었으나, 경솔한 행동으로 일으킨 불이었거든. 물론 시간이 한 참 흐른 뒤에 나 고백을 하긴 하지만.
고난과 역경, 예상치 못한 난관과 맞닦드리는 이 원정대는 원하던 바를 이룰까? 흥미진진하고 급박하게 사건들이 진행되어, 페이지가 훌훌 넘어가게 돼.
그리고, 여기 두 명의 다른 인물들을 소개할 게.
백인 농장주의 딸인 노라 Nora.
노라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있는 모반 birthmark 때문에, 스스로를 가둬놓은 아이야. 그래서 백인들이 흑인노예들과 관계 맺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들 곁에 있어. 왜냐면, 노라에게는 가족들의 위선을 관찰할 만큼의 거리감이 있었거든.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노예의 협력자가 되지.
농장의 소녀 흑인노예 안나 Anna.
오늘날 MBTI로 유형으로 정의해 보자면, 안나는 전형적인 INTJ랄 할 수 있을 거야. 용의주도한 전략가.
그녀가 탈출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단계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동하는 것들을 보면.
술레만을 영웅시하고 그와 닮과 싶어 하는 산지보다 오히려 안나가 고독한 영웅 술레만과 닮아 있다고 보여.
그 특징을 설명하는 영어 단어하나 소개할게.
orchestrate
:복잡한 계획이나 행사 등을 세심히 또는 은밀히 조직하다
혼자서 일의 처음과 나중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필요한 자원을 준비하고, 대담하게 움직이고, 끝내 결과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는 안나 덕분에 프리워터의 원정대가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 되었어.
그렇다고, 안나가 그 원정대의 손길을 붙잡고 프리워터로 들어갔을까?
아니. 안나는 홀로 독립적인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한 발 한 발 디뎌왔으니, 그녀의 발길은 그녀가 계획했던 곳을 향하지.
어린이, 청소년 소설에 우정이라는 주제가 강조되다 보면, 이렇게 안나처럼 태생이 극내향적이면서 장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의 친구는 설 곳이 없어 보이거든.
그런데, 이 소설, 이런 고요하고, 독립적인 친구가 홀로 자기의 계획을 이뤄낸다는 것이 너무 좋아!
소설을 읽는 INTJ 친구들에게 너의 독립성이 나쁘거나, 모자라거나,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술레만도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고독한 게릴라였지만, 도망노예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잖아. 홀로 움직이지만, 결국은 더 큰 연대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는 점. 멋있어.
점: 이 씨가 안나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 같네.
이: 맞아. 나 스스로 유년기, 청소년기에아이들의 무리에 쉽게 섞여들지 못하는 경험 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듯했어. (사실은 내가 불편한 거였을 텐데) 내향성, 독립성은 세상 살기 힘든 못난 성격이라 생각했었어.
아마, 나와 같은 성정의 어린 독자들이라면 원정대의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모험담도 관찰자적 입장에서 흥미롭지만, 노라와 안나, 술레만을 보면서 위로받을 것 같아.
홀로이지만 강인하고,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어내는 투지와 치밀함.
세상이 그것을 알아봐 주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아우라를 가진 사람으로 힘 있게 설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지.
오늘의 책은 'Freewater'입니다. 우리말 번역서 제목도 '프리워터'입니다.
단어나 문장의 수준이 어렵지 않고, 스토리가 박진감이 있어서 원서 읽기를 도전하는 분이라면 성취감 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역사적으로 실제 도망흑인노예들이 습지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을 거라는 가능성, 미약한 근거들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s sing'에서 습지가 도망자들, 범법자들이 몸을 피해 숨어 들어와 살았다는 장소적인 설명을 읽었던 터라 두 개의 책이 오버랩되면서 더 재미있었어요. 다른 시대, 다른 인종이었지만, 주류 사회와 떨어져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설정은 동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