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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Feb 13. 2024

감옥에서 온 쪽지

완수 Done

이李씨: 일전에 '어둠을 걷는 아이들 A Wish in the Dark'라는 소년 탈옥수를 소재로 한 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었지? 탈옥한 소년 퐁을 쫓고 대결하는 역할을 하는 소녀 녹 Nok이 교도소 소장의 딸이었거든.


오늘 소설의 주인공도 아빠의 직장 때문에 감옥과 가까이 살게 되었어.


이름은 무스 Moose, 열두 살 남자아이인데,  이 아이에게 어려운 숙제같은 존재 둘이 있어.


한 명은, 누나 나탈리 Natalie.


무스의 가족이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감옥으로 온 이유도 실은 누나의 교육을 위한 것이었지.


소설의 배경인 알카트라즈 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배로 왕래하는 근거리에 있었는데, 교도소의 간수들은 섬에서 생활했어. 아이들은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의 학교에 등하교를 했고.

일반적으로 감옥을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한 곳에 두는 걸 생각하면, 교도소 직원들은 생활하기에 오히려 좋은 환경이었다고 해. 배를 타고 오가면 되니까.


반면에 재소자들에게는 몇 가지 이유로 악명이 높았지.

-자연조건상 알카트라즈 섬에서 탈옥이 무척 어렵다는 점. 섬의 지형, 주변의 조류, 서식하는 어류(상어 떼), 도시로부터의 빠른 원조 등.

-악명을 떨친 악한들의 집합소. 시대배경이 1935년인데, 그 쯤에 유명한 갱단, 납치범 등이 실제로 복역 중이었음.

-희망고문. 바다 건너 화려한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불빛과 자유의 향기가 보이고 느껴지지만, 몸은 감옥에 갇혀있으니.


무스의 아빠가 굳이  이 섬으로 온 데는, 나탈리의 교육이 목적이었어.  나탈리가 자폐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특수교육학교에 보내려는 계획이었거든.


나탈리는 단추에 몹시 집착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자폐증상으로 일반 아이들과 어울려 생활할 수도, 혼자 오랜 시간 둘 수도 없으니 동생인 무스의 책임과 역할이 무거웠지. 섬의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 무스에게 누나가 얼마나 힘에 겨운 짐처럼 느껴졌을까.


또 한 명의 숙제, 교도소장의 딸 파이퍼 Piper.


누나를 돌보느라 평범한 십 대 소년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무스에게, 파이퍼는 너무 어려운 존재야. 파이퍼는 지배적인 성격인 데다가 거침이 없어서 무스의 어려움과 주저함을 조금도 고려해주지 않아.


파이퍼의 계획은 돈을 버는 거였는데, 그 계획에 교도소 직원의 아이들이 동원되는 거였지.

이름하여, "알카트라즈 재소자들이 당신의 옷을 세탁해 드립니다. 셔츠 한 장에 5센트".

교도소 직원의 자녀들은 샌프란시스코의 일반학교를 다니니까, 그곳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세탁업을 고안한거지.

죄수들이 교도소 직원들의 생활의복까지 세탁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 틈에 학교 아이들의 옷을 슬쩍 흘려 넣었다가 세탁이 다 되면,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점선면(이하 점): 실제 악명 높은 악한들이 그 시대에 알카트라즈에 구금되어 있었다는데, 어떤 사람들이 있었어?


: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마피아의 보스, 알 카포네 Al Capone가 대표이지.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알 카포네를 검색해 봤더니 정말 무시무시한 인물이더라. 영화 대부에 나오는 알 파치노랑 헷갈리면 안 돼.

알 카포네는 실제 미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역사적 인물이었어.


그런 알 카포네가 너의 셔츠를 세탁해 줄 거야!라는 것이 파이퍼의 광고술이었지.

그래서 책 제목이 'Al Capone does my shirts 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이야.


: 아이들이라면 혹, 할 만도 한데. 호기심과 허영심,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혼합되어서. 파이퍼의 비즈니스 계획은 성공해서 대박을 터뜨렸을까? 그리고, 나탈리의 학교 입학은 가족들의 바람대로 잘 이뤄지고?


: 너무 강력한 스포일러를 원하는구나. 다 대답하지는 않겠지만, 제목을 보면 네가 원하는 답을 알 수 있을 거야.

나탈리는 계속되는 입학 불가 소식을 받아. 부모님의 상심이 깊어지지.

그때, 무스의 머릿속에 울리는 한 문장!

'그(알 카포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가 비록 감옥에 갇혀있더라도 말이지.


무스는 용기를 내어, 소설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알 카포네에게 편지를 쓰지.

누나의 특수학교 입학을 도와달라고.


그리고, 어느 날 세탁을 끝내고 돌아온 자기 셔츠를 입다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쪽지 하나를 발견했단다.

거기 단 하나의 단어가 쓰여 있었지!


오늘 이야기는 'Al Capone does my shirts'입니다. 우리말 제목은 '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이고요, 지금 번역본은 절판이래요.  첨부한 사진에서는 빨간 책 띠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데, 알카트라즈 섬이 표지에 그려져 있었어요.

영어가 쉽고 간결해서 원서에 도전하는 분들이 성취감을 느낄만 합니다.  생각보다 박진감이 있지는 않지만, 소설이 역사적인 사실과 연결되어 있어서 부가적인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대문 사진은 알카트라즈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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