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이하 이): 'Labor day 레이버 데이'리뷰를 쓴 이후에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 줄 세우기를 해봤는데, 요걸 먼저 골랐지. 우리말 번역서 표지 좀 봐, 칙릿의 존재감 뿜뿜이야.
점선면(이하 점): 저기요, 칙릿의 뜻부터 좀 알려줘 봐요.
이: 정제된 설명에 따르자면,
20대와 30대 젊은 여성 특히 미혼의 일하는 여성을 주요 독자로 하는 소설장르이다. 칙릿이란 '젊은 여성'을 뜻하는 미국 속어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의 줄임말 'lit'이 조합된 용어이다....(중략) 런던이나 뉴욕, 맨해튼 등 대도서에 살며 주로 방송, 출판, 광고,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20~30대의 미혼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애정생활과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고투 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대체로 가볍고 통속적인 톤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며, 세속적인 욕망과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칙릿 소설인 게 분명하지만, 대표작으로 거론될 만큼 큰 소설적 흥행을 거두지 못했나 봐. 영화화한다는 말은 있어도 실제로 영화로는 제작된 바가 없더군.
그래도, 부담 없는 영어원서라서 젊은 여성의 일과 사랑에 흥미를 느끼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만한 소설이긴 해.
점: 책 표지의 소개가 인상적이긴 하다!
엄마가 백만장자인데, 딸에게 유산을 물려줬어! 그런데, 그냥 돈을 주는 게 아니라, 특별한 조건이 있어! 덕분에 딸은 진정한 행복을 찾게 돼!
오~, 정말 뻔한 판타지라는 걸 대놓고 썼네.
영어책이 아니었으면 이 씨가 읽을 마음은 별로 안 생겼겠어.
이: 아무 정보가 없이 시작을 했어. 영어원서 표지는 점잖아 보이잖아? 라이프 리스트가 뭘까? 궁금해서 별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가면서는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마음 졸였네.
TV드라마 없이잘 지내다가 꼭 명절에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 보시는 연속극에 빠져서는 끝내 결말까지 찾아보고, 몰아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해!
점: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라는 말과 비슷한 듯 다른 제목, life list인 이유가 있을까?
이: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록이 버킷 리스트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 브렛 볼링거 Brett Bohlinger는 14살에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들 10가지를 적었거든. 엄마가 그걸 간직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자기 유산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그 열 가지를 1년 안에 다 하라고 한 거야. 아, 이미 엄마는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변호사가 엄마의 유언과 유산을 다 관리하면서 브렛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줘.
그녀가 목록의 일을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이를 예상하고 써둔 엄마의 편지도 전달해 주고.
소설은 브렛이 적었던 다소 엉뚱하기도 한 열 가지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는 과정이지.
하나씩 성취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그와 더불어 자신의 출생의 비밀도 알게 되고.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것 같던 사랑과도 극적으로 연결되고.
그리하여, 백만장자 어머니가 약속한 유산과, 사업도 물려받고.
그래도 이 열 가지 목표는 나눔, 헌신, 봉사 같은 덕목과 연결되어 있어서(처음 그녀는 그걸 의도하지 않고 썼으나), 우여곡절 끝에 이뤄가는 과정은 퍽 재미가 있어. 연속극 드라마처럼 다음이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어.
점: 근데, 어떻게 엄마는 백만장자가 된 거야? 이게 궁금해.
이: 엄마는 가정 주부였는데, 작은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일정한 날 농부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서 직거래하는 장터)에서 수제비누를 만들어 팔기 시작해. 이 사업이 크게 일어났어. 결국에는 국제적인 판매체인점까지 거느린 화장품 브랜드가 되거든.
엄마의 성공이 상징하는 바가 뭘까? 20대, 30대 여성들이 일로 성공한다는 비전과도 맞아떨어지지? 꼭 CEO가 아니더라도 일의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에게는 매력적인 성공담이지.
하지만, 금수저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은 좀 그렇지?
너무 좋은 조건이다 보니 연민이나 연대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질투심도 불러일으킨다는 점.
선망의 마음과 시기의 마음을 한 번에 불러일으킨다니, 여주인공을 보는 마음이 불편해.
그래서,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서도 안 만들어지나 봐.
어필할 수 있는 관람층도 너무, 적잖아.
팍팍한 현실 살이를 사는 청춘의 여성들이 소설을 읽으며 한동안 꿈의 세계에 있는 거랑.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_자신만의 상상의 과정을 소거시켜 버리는 _영화를 보는 거랑은 느낌이 다를 거 같아. 영화 보면서 여주. 남주가 미워지는 일이 생기면 어떡하겠어?
내 예상을 깨고 이 소설이 영화로 나오 나면, 그때는 영화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감상평을 써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