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李씨(이하 이): 2024년 12월 4일 목요일 아침, 어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뒤늦게 일어난 남편이 잘 잤냐고 묻더라. 그날 새벽 1시 59분에 깨어서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뒤척이다 시간을 확인한 게 3시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긴 했어도 잘 잤다는 범위에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잘 잤다고 했더니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또 묻더라.
알게 뭔가.
"무슨 일이 있었어?"하고 되물었지.
그리고 알게 된 사실!
허..... ㄹ
그날 아침 자꾸만 눈물이 솟아나서, 눈물 닦고 콧물 닦아가면 출근준비하느라 출발시간이 10분은 늦어버렸어.
내 눈물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느꼈을 분함, 속상함, 어이없음, 두려움, 걱정, 감사함, 부끄러움, 안도감 온갖 감정이 순서 없이 오고 가면서 만들어진 거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든 어느 결에서 그 마음을 이해할 거라 생각해.
그리고, 떠오른 단어! 법! 그리고 권력!
갑작스럽게 '법'이란 무엇이냐? 에 대한 의문이 드는 거야.
이제까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하루하루 준법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규범이 법이다 정도로 생각했고.
그런데, 과연 그 법이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익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된다면 말이지?
점선면(이하 점): 그래서 오늘 소개할 책이 'Rogue Lawyer(불량 변호사)'인 거야? 변호사가 악당짓을 한다면, 그야말로 고등지식 범법자인데, 이런 작자들에게 걸려든 이들은 정말 딱하게 되겠어. 수임료 떼어먹고, 불성실한 변호하고. 설마 그런 변호사가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주인공이라면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었겠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행히 점 씨가 말한 대로 그런 암적 존재인 쓰레기 변호사는 아니지만, 일명 명예로운 박수갈채를 받고 조명받는 변호사가 아님은 분명해. 법정에서는 범죄 용의자(피고) 쪽도 변호인이 필요한데, 대중의 미움을 받는 피고의 변호를 한다는 것은 그 피고에 대한 반감을 가진 대중들에게도 미움을 맡는 일이잖아.
세바스찬 러드 Sebastican Rudd는 미국의 레드오션인 변호사시장에서 나름대로 틈새 공략을 한 셈인데, 그 일이 순탄치 많은 않은 것이 자신의 신변을 위협받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지. 그래서 공식적인 사무실도 없이 방탄처리가 되어있는 자동차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거처도 자주 옮기면서 살아.
변호사인 부인이 다른 여자랑 사귀면서 이혼했지, 격투기를 놓고 불법 도박을 하지, 그의 사생활도 세바스찬은 사람들 앞에 자랑스러울 일은 못되고 말이야.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세바스찬은 자신의 고객을 변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변호사임이 틀림없고, 그 과정에서 공정할 것이라 기대하던 사법 시스템도 사실은 판사나 검사, 혹은 다른 이해관계자들로 인해서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불공정한 시스템이라는 점이 드러나.
이 싸움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아서 거대 사법시스템에 대항하는 세바스찬 개인의 싸움처럼 보이기도 해. 그러니 세바스찬은 자신의 싸움을 위해서 공정의 길을 택하는 대신 편법과 폭력과 위협등의 다른 수단을 꺼내 들 수밖에 없고.
법과 싸우기 위해 위법의 무기를 꺼내드는 형국이라 할까.
두 번째 권력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소설에 등장하는 기득권 집단이 누리는, 지키려 하는 힘이 있어. 일인 독재체제의 제왕적 권력과는 다르게 이건 시스템 안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힘이라고 하자. 서로 결탁해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고 부당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만들어지는지는 거야. 이 싸움에 세바스찬 개인이 뚫고 들어가 판세를 바꾸기에는 힘든 점이 분명 있어.
누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도 도파민(행복호르몬)을 만든다고 했어, 그래서 중독되는 거라고.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이들이 쉽게 그것을 내어놓기 힘든 이유인가 봐.
12월 4일 아침 남편과 나눈 대화 중에 이런 게 있어.
"왜,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지? 사람들은 왜 권력욕을 갖는 거야?"
"여보! 우리가 권력에 집착하지 않는 건, 우리가 권력을 행사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거야."라고.
개인의 권력이든, 소속된 집단의 권력이든 이것이 설령 사회정서와 정의와 어긋난다고 해도, 쉽게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기 어려운 이유. 그래서... 결국 12월 7일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거 아닌가.
점 : 법은 그것이 향하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손에 쥔 자들을 위해 있다는 느낌이지.
'법이 약자를 보호해 주기 위한 사회 정의 구현의 장치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라는 소설의 한 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어있는 누군가는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 몸부림치며 수고한다는 한 축. 어디까지를 허구로, 어디까지를 현실세계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