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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n 01. 2023

오타여 오타여

typo라는 말썽꾸러기

점선면(이하 점): 음. 귀여운 디자인의 비닐봉지인데.

이李씨(이하 이): 사진과 제목을 보면, 둘의 연관성이 떠오르겠죠?

: 사진 속에 오타가 있는 모양이네!

: 찾아보시게.


: A lovely girl and boy


Because of you, I leaned what love is

and

because of you, I learned how to love.


사랑스러운 소녀와 소년


당신 때문에,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어요.

당신 때문에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좋구먼. 그리고, 네가 찾으라던 오타가 보이네. 저기 첫 번째 줄에

leaned. 이게 learned여야 하는데.


: 힛. 잘 찾았어! 어제 교회모임에 우연히 마주친 건데, 보는 순간 사진을 딱 찍어뒀지.


: 뭐 하게?

: 새로운 취미를 만들려고.


오타 수집.


: 아이쿠야.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 갑자기는 아니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오타 센서가 더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 같아.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고 발행버튼을 눌렀는데, 빠르면 누르고 나서 바로, 어쩔 때는, 한참 지나고 다시 읽다가 오타를 발견한다고. 에잇! 이불킥의 순간이야.


아니, 어떻게 이렇게 오타가 버젓이 있는데, 그걸 못 발견했을까?


: 뭘 그리 열을 내시나?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거죠.

 

: 그래, 좋아. 브런치스토리에서는 내 글의 존재감이 깃털보다 가벼우니까 그렇다고 쳐도. 다른 데서는 오타로 애먹은 적이 많으니 그렇지.


: 흠. 오늘은 오타설說이신가요?


: 어디 사연에다 나올 만큼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기억나는 게 아니라서, 지금부터 오타수집에 들어가겠다는 말씀.


점: 검색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재미있는 오타 에피소드가 있을 것도 같다.


: 진지하고 사색적인 글을 읽다가 엉뚱하게 오타가 딱 보이면, 앗! 이 작가님은 여기에 오타가 있는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이런 생각을 하지.

그렇다고 댓글로  쓰기도 그렇고.


: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속독가들은 아마 그런 거 잘 모를걸. 오류를 모른 채 읽을 수도. 자동적으로 오류를 정정하는 두뇌활동 덕분에. 독서 유창성이라고 하던가?


: 독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기안문에 있는 오타는 뒤늦게 발견 혹은 지적당하는 일은 난감하지. 부장님한테 들키거나, 교감님한테 들키거나, 어쩌다가는 교장님한테. 아휴. 그럴 때는 정말 눈알을 다시 씻어내고 싶다니까.


: 모든 직장인들의 고충 아니겠어?

: 그래도, 아직 치명적인 게 남아있어.


시험문제.


: 오~호. 그건 좀 큰 데.

: 학교시험 원안지라는 게, 출제자가 문제를 내고 편집을 하거든. 엄격한 편집 기준에 맞춰서. 그러고 나서 동교과에서 서로 교환 확인하고, 연구부로 가서 확인받고, 그 이후에 교감, 교장 결재라인에 맞춰서 결재가 진행되지.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피해 간 오타가 시험당일에 뙇! 나타난다, 그럼 정말 죽을 맛인 거야.


: 흠. 단순한 오타인데, 오류만 아니면 괜찮지 않겠어?


: 그게, 자존심 문제이지.


학생들이 도끼눈으로(설령 도끼눈이 아니더라도 그날은 그렇게 느껴진다는 슬픔) '선생님~ 이거'하면서 시험 보다가 부르면, 정말 도망가려는 심장을 붙들어서 우아하게 '음~ 어디?' 하면서 다가간다고.


: 단순한 오타면?

: 그럼, 여전히 우아한 웃음을 머금은 채, '아~ 이건 00인데, 오타가 났네요. 00으로 고쳐서 문제 풀면 되겠어요.' 하지.


: 그럼 끝인가?

: 아니, 각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 앞에서 이실직고 자기 고백을 해야 하지. 그 순간이 정말 싫은 거야.

 

: 문제에 큰 영향만 없으면 그래도 괜찮잖아.

: 그게, 그러면 천만다행이긴 해. 오타가 문제와 선택지의 적합성에 영향을 준다면 문제가 커지지.


그건 따로 말해야겠어. 웃어넘기는 에피소드 정도로 끝나지 않고, 정말 말도 못 하게 힘들어지는 경우들도 있지.


: 이 씨가 오타에 민감할 이유가 있긴 하군.

: 자를 읽는 걸 좋아하는 습관 때문인지, 직업병인 건지, 일상용품에서 영어로 된 것들도 조금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의외로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이 많아.


오타 수집 취미 시작 전에 본 것들은 증거로 남겨놓은 게 없으니 좀 아쉽네. 그러니 이제부터는 열심히 수집해 봐야겠다.


비슷한 듯 다른 얘긴데, 아이들에게도 자주 말해.

영어가 들어간 옷을 입을 때는 조금 신경 써서 영어를 보라고.


가끔은 정말 어이없는 문장들도 있거든.  

실제 예인데, 어떤 티셔츠 뒷면에 이런 문구가 있었어.

당혹스러웠던 감정이 커서 기억이 남네.


'I can be bought. (나는 구매될 수 있어요.)'


혹시 내가 모르는 숙어적 표현일까 싶어서 이글 쓰면서 chatgpt에게도 물어봤더니, 답이 이래.


다음 문장 "I can be bought"은 발화자가 자신을 영향을 받거나 설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상으로 무언가를 제공함으로써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돈과 같은 물질적인 인센티브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 흠, 영어로 된 거 입거나 걸치거나 쓸 때, 신경 써야겠네.


: 그렇지. 우리말로 저 문장이 써진 옷 입고 다니는 외국 사람 보면, 어떤 마음이겠어?

이미 유명한 사진들이 있잖아. 외국인들이 '외국인', '새마을' 써진 옷 입고 있는.


자, 영어 typo로 시작했는데, 이쯤에서 마칠까?


: 영어 공부를 좀 해둬야 할 세상이긴 하네. 아니면 입기 전에 확인이라도.


: 그렇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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