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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n 13. 2023

집이라는 전쟁터에 갇힌 아이

진짜 전쟁이 구원이 되다

점선면(이하 점): 제목이 무척 무겁고 어둡네.

이李씨(이하 이): 그렇지, 일반적으로 집이라고 하면,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곳이 전쟁터라니,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말이지.


: 그렇다면 가정폭력인가? 아니면 아동학대?

: 후자. 엄마에게 학대받는 여자아이가 있어. 그것도 발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신생아 때 제대로 수술을 해주기만 했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을 텐데, 그것조차 하지 않았지. 그러고 나서는 장애를 아이의 잘못이라고 비난했어.


: 가장 큰 가해자가 엄마군.

: 그런 셈이지.


: 어떻게 진짜 전쟁이 구원이 된 거야?

: 장소배경은 영국 런던. 시대배경은 2차 세계대전. 이때 영국 국민들은 차세대 아이들을 전쟁의 위험에서 지켜주겠다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 폭격위험이 있는 지역의 아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


그곳에서 사람들은 한점 혈육의 관계도 없는 낯선 아이들을 맡아서 돌봐주지. 가끔은 아는 친척의 집으로도 갔는데, 그래서 그 유명한 '나이아 연대기'이야기 배경이 되기도 했지.


그것 말고도 이렇게 갑자기 집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과 생활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영국 아동청소년소설에 자주 등장해.


성장소설의 주제로 이만큼 매력적인 게 어디 있을까? 집을 떠난다, 가족과 헤어진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러면서 성장한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강력하지. 진짜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라서.


: 그럼 우리들의 주인공도 그렇게 런던을 떠나는구나. 장애가 있었다면서! 힘든 여정이었겠네.

: 그거 알아? 본인이 힘들 때에도 어떤 소중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때, 내면의 힘이 작용하고 더 많이 성숙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거?


주인공 소녀 Ada에게는 어린 남동생이 있어. Ada는 Jamie를 돌봐야 하기에 강해져야 했지. 둘은 엄마 몰래 집을 떠나서 소개 evacuate 되는 아이들 무리에 들어가서 결국 런던을 떠나는 데 성공하지.


: 이씨가 쓴 제목을 보니, 다행히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정착을 했나 봐. 진짜 전쟁이 구원이 되었다는 걸 보니.

: 음, 외롭게 살았으나 책임감이 강한, 그리고 지적이면서 인내심이 강한 진짜 어른 Susan을 만났지. 하지만,  Ada가 그때까지 무수하게 반복적으로 들어왔던 엄마의 목소리를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았어.


사랑을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의 말, 사랑의 행동, 관심이 Susan에게는 낯선 언어였고 행동이었던 거지. 그 대목이 참 가슴 아팠어.


그리고 Susan을 처음 대면했을 때, 그녀가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은 아이를 원치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직접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이 Ada와 Susan사이의 걸림돌이 되었던 거야. 그리고 그들의 동거는 한시적이라는 생각에 Ada는 온전한 애정을 Susan에게 줄 수 없었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Susan은 Ada의 불안과 의심에 노여워하지 않았던 거고? 네가 진짜 어른이라고 한 걸 보니.

: 그렇지. 여러 가지로 멋진 여성이었어. 친구를 먼저 보낸 상실감과 고립감에 힘든 삶을 살다가 아이들이 오자,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거든. 그러면서 Ada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스스로도 치유를 경험하지.


: Ada가 성장하는데 Susan을 만난 것 말고 다른 요소들은 뭐가 있어? 단지 그 만남만으로 가능했다기에는 좀 개연성이 약하잖아.


: 몇 가지를 꼽자면, 제일 먼저는 버터 Butter라는 조랑말. 그리고는 친구 마가렛 Margaret, 덩케르크 철수 작전으로 그 지역으로 이송된 군인들을 도왔던 일.


Susan의 집에 있던 조랑말을 길들여 친구로 만들고 직접 타게 되지. 그렇게 말 타는 걸 익힌 덕분에 Margaret이 낙마해서 부상을 입었을 때, 그녀의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주게 되고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덩케르크 철수로 켄트 Kent 지역에 온 군인들을 도우면서 Ada는 동생을 돌보는 역할을 넘어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아! 독일군의 첩자를 신고해서 지역의 영웅이 되기도 하고. 그 사건도 재미있어. 왜냐면, Ada가 자신의 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에 대해서 직면해서 반박하는 장면이 나오거든.


알에서 깨어 나오는 작은 새의 몸짓처럼, 세상과 맞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건이야.


: 이씨가 신이 났구먼. 너무 줄거리를 남발하는 거 아니야. 원래는 이런 컨셉을 아니었던 거 같은데.

: 이런, 질문을 한 게 너잖아!Susan 말고 다른 걸 물어서 답하다 보니!


지우면 되겠지만, 쓴 게 아까워. 그냥 둘래.

저것 말고도 자잘한 사건들이 많고, 요약된 줄거리를 읽는다고 감동을 알게 되는 게 아닌 거니까.


: 그럼, 마무리해보시게.


: 좋아.

어린 시절에 받은 부정적이고 왜곡된 어른들의 메시지.


이게 얼마나 아이들에게 고통이 되는지. 그러기에 아동 학대는 범죄야. 아이들에게 부모와 가정은 제일 먼저 만나는 세상이어서.


그 부정적인 메시지를 이겨내고 건강하고 온전한 자아상을 세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 저절로 되기가 힘들어.


더 강력한, 이제까지 부어진 거부와 비난, 부정의 목소리를 이길 만큼의 사랑이 부어져야 하니까.


지치지 않고 그렇게 사랑을 쏟아주고 기다려줄 대상을 만난 다면, 그에게는 희망이 있지.


큰 사랑이 필요해.


그리고, 그 고통의 그림자를 다 벗어내지 못한 아이들에게 비난해서는 안되고.


(한결 더 진중한 모드로)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생각해.


아침 조회시간이나, 첫 수업시간.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오는 아이가 그중에 있을 수도 있어. 사연은 제각각 이겠지만.


아이들의 정서는 '저는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늘 생각해.


그냥 학교에 제시간에 나와 앉아 있는 것도 큰 성취인 아이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아이들을 마주한다는 것이 조금 더 나에게 인내를, 격려를, 이해를 하는 자세를 만들어주더라고.


무슨 대단한 교사인양 자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성장소설들을 읽으면서 배우게 된 교훈정도.


: 책 얘기를 마무리하는 줄 알았더니, 또 교사설說인가?

: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야.


소싯적 자기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꼰대가 된다는 게 그런 말이야.


그래서 아이들, 청소년기의 눈으로 어른과 세상을 보는 시간들을 갖는 건 생각보다 좋은 어른이 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야.  


이미 어른인데, 펄펄 살아있는 소년기,청소년기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동화작가, 소설가들이야말로 정말 대단한 들이라고 생각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 자리를 빌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시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작품 작가님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끝~  

: 이씨의 말에 동감하며, 저도 마음을 모아, 박수를 짝짝짝!

The war that saved my life(PUFFIN BOOKS)/맨발의 소녀(라임)_출처 yes24... 표지의 소녀가 Ada인가? 내 상상과 너무 먼 모습에 당황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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