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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Jun 15. 2023

자존(自存)의 세계로

어른의 위선을 넘어, 어른의 문명 없이

이李씨(이하 이): 여기 한  소년이 있어. 어느 날 그가 믿던 세계에 균열이 생기지.  슬프게도 어른의 위선을 목격하면서.


점선면(이하 점): 어른의 위선이라, 그런 충격을 주는 사건이 무엇인지?


: 엄마의 불륜.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기 전, 이미 엄마에게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


: 엄마의 외도라, 충격이었겠네. 그 사실이 소설 전개에 큰 영향을 주는 건가?


: 그렇지는 않아. 이 소설은 미국소년 브라이언 Brian이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에 하이라이트가 있어서 엄마의 외도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거든.


그런데, 내 눈에는 Brina의 기억에 남은 파편 같은 그 장면이 심적 세계에 뿌리내려 영향을 주는 것, 이것을 작가가 의도한 것이지 않나 싶어.


Brian은 믿었던 어른에 대한 배신감을 경험했고, 그 분노와 슬픔이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칠 때 그 연료로 사용되는 것 같이 보이거든.


엄마와 정서적인 유대감이 툭 끊어졌으니, 엄마에게 붙어있는 존재가 아니라, 홀로 서는 존재로서 살아가는 거지.


: Brian은 그것에 대해 엄마와 직접 직면하지는 않아?


: Brian은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지. 엄마, 아빠 누구에게도.


어쩌면 아이들은 Brian처럼 어른들의 위선을 알고서도 말하지 않고 있을지도 몰라.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느끼지 않고 모르는 것만은 아니란 점! 기억하고, 조심해야겠지?


: 흠.... 아이들이 어른들의 위선을 알아챘으면서도 침묵한다..... 좀 아프고 슬픈 일이네.


: 거기다가 또 한 명의 어른이 Brian을 미국과 캐나다 국경 사이 어디쯤에 있는 깊은 숲 속으로 데려가, 결국 Brian이 홀로 남겨지지.


: 혹시 유괴인가? 그렇다면 정말 Brian이 엄청난 충격을 받겠는데.


: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Brian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긴 했지. 유괴는 아니고!


: 먹을 거, 입을 거 이런 건? 좀 가진 게 있었나?


: 부제에 달았잖아.'어른의 문명 없이'라고.

가련한 Brian은 여벌 옷도 없고, 당장 먹을 식량도 없이 야생 숲 한가운데 내던져졌어.


거기부터는 소년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봐야지. 매 끼니 식량을 자기 손으로 구해야 했고, 안전한 거처를 스스로 마련해야 했지. 벌레와 짐승들을 경계하면서 자신을 지켜야 했고.


 모든 신경은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야. 하나씩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발굴하거나, 만들어 내면서, 결국은 야생의 숲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한 인간으로 자신을 세워나가는 거야.


: 아이고, 고생이 만만치 않았겠다. 그런데, 어린 소년이 어떻게 그게 가능해?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도 심장이 조여올 것 같은데.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맨 손으로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한 거 아닌가?


: 단, 하나의 문명의 도구를 가지고 있긴 했어. 좀 느닷없는 설정 같지만, 엄마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Brian에게 엄마가 작은 손도끼 hatchet 하나를 선물로 주거든.


: 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손도끼 hatchet'?


: 그 손도끼 하나 들고 숲을 누비면서 Brian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Brian이 불을 얻는 방법을 생각해 내고 마침내 성공했을 때, 독자로서 엄청 기뻤어.


인간에게 불은 어느 면에서 신의 선물인 게 틀림없다는 느낌이 들어. 불을 다룬다는 것이 Brian에게 야생 생활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주거든.


: 힛, 이야기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니까, Brian이 나중에는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오기는 하겠지?


: 그렇긴 하지. 물론 그 사연도 여기서는 비밀!


후반부의 인상적인 장면이, 그렇게 문명세계로 돌아온 Brian가 식재료 가게에 쌓인 과일 더미와 음식재료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 순간이야.


아마, Brian에게 숲에서의 살아온 시간이 없었다면, 큰 의미 없이 스쳐가는 일상의 배경이었겠지만, 하루의 식량을 얻기 위해 몸부림친 기억에, 그 장면이 너무나 압도적이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지.


: 단지 식량에 대한 감각만 그랬을까?


: 그렇지. 우리가 늘 누려왔던 것들이 갑자기 전부 사라져 버린다고 상상해 봐.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지.


그 험난한 여정을 거쳤으니, Brian은 문명을,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겠지.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신념과 믿음도. 그리하여 역경을 거치고 한 단계 성장한 거고.


: 그럼 오늘, Brian의 귀환을 축하하며 여기서 마칠까?


: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이고 싶네.


소설 후반부에 Brian이 손도끼를 잃는 대신, 문명의 산물을 회득하는 장면이 나오거든. 이를테면 비상식량, 성냥, 총 같은 거.


그런 물건들이 손에 들어오자 갑자기 Brian이 자연이라는 대상과 자연 속에서 지내온 자신의 생활방식에 대한 성찰을 하게 돼. 그리고 지난한 수고를 단숨에 줄여줄 문명의 이기를 보면서, 자연과 맺어온 관계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지.


그 부분의 묘사가 참 좋았어. 인간으로서 자연에 가하는 권력을 느꼈고, 동시에 그것을 경계하는 감각까지.


: 자연을 정복하는 인간 영웅담이 아니라니, 더 좋네. 우리 주인공 Brian이 앞으로도 잘 살아가기를 기원하며 오늘 여기서 마치기로~.

HATCHET(Simon&Shcuster Books for Young Readers)/손도끼(사계절)_출처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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