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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규민 Kyumin Ko Sep 21. 2022

더 현대는 왜 빨간색일까?

리처드 로저스와 더현대, 그리고 하이테크 건축

여의도, the Hyundai


이번 연도 2월,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 연 매출이 8000억 원을 넘었다고 기사가 났다. 당초 매출 목표였던 6300억 원을 30% 웃도는 실적이다. 그 이유는 전체 여업 면적의 절반을 실내 조경 및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미고, 백화점 업계 최초로 무인매장 '언커먼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인 시도 등의 성과일 것이다.

[출처 : 'MZ세대 끌어모았다' 더현대 서울, 연 매출 8000억 원 돌파]


 백화점 내부에 빛이 들어오는 신선함이나, 여러 아르켓Arket이나 포터Porter 등의 하입Hype이 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아무도 외부에 빨간색으로 걸려있는 크레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또한 더현대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실내에서 중간이 아닌 그 주위 공간이 오픈되어 있으며, 실외에서는 8개의 크레인 같이 생긴 구조체가 드러나 있으며,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공사하는 듯한 이미지의 크레인은
왜 건물 외부에 존재하는 것일까?

또한 그 크레인은 왜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일까?





리처드 로저스, 블룸버그


리처드 로저스 Richard Rogers


 그를 알기 위해서 먼저 더현대건물과 그 옆의 파크원 건물을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라는 건축가를 알면 이해하기 쉽다.


리처드 로저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영국의 건축가이고 2007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으며, 하이테크 High-tech 건축으로 유명하다. 참고로 하이테크 건축은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 사조로서, 구조뿐 아니라 설비까지 노출하는 특징을 가진 건축 사조이다.






1969 Zip-up House, RSHP

집-업 하우스 Zip-Up House

 

 그의 건물을 통해 더현대가 어떻게 그러한 특징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그의 건물인 1967-69 Zip-Up House이다. 컨테이너 박스를 떠받들기 위하여 철골 선형 부재들을 나열하였으며, 단면 스케치를 보면 또한 집의 특성인데도 불구하고, 내부의 벽과 기둥이 존재하지 않는다. 철골의 높이를 조절하여 경사로에 맞게 집이 앉힐 수 있도록 떠있게 된다. 하이테크 건축이라는 생각과 개념에 대한 초기의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이때의 구조 및 매스에 칠해졌던 원색적인 색감은 체계가 어느 정도 짜이지 않은 원색이었다.






1977 Centre Pompidou, RSHP



퐁피두 센터 Pompidou Center


 다음은 지금도 혁신적이라고 칭송받는 1971-77 퐁피두 센터, 건물의 하중(힘)을 땅으로 보내었던 단층의 Zip-Up House와는 달리 지상 6층의 이 건물은 워런 트러스라는 구조 부재를 통해서 하중을 전달하여 내부 전체의 기둥을 없애고, 현재 애플스토어를 설계한 노먼 포스터와의 합작 1967 Reliance Controls에서 사용된 가새 구조, Brace를 외부에 노출시킨다.


 여기서의 다른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Color-Coded System인데, 이것은 건물의 구조체, 설비, 전기, 수도 등을 구분해 관리가 용이하도록 색을 구분해서 칠해 놓는 방식이다. 퐁피두 센터의 지지구조와 설비 파이프들은 건물 바깥의 입면에 드러나 있으며, 지지구조와 공기공급 파이프는 흰색으로, 동선 circulation 계단은 붉은색, 전기 배선은 노랑, 수도관은 녹색, 공기 조화 시스템은 파란색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구조 시스템들에 칠해진 색들은 실내공간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1986 Lloyd's of London, RSHP



로이드 빌딩 Lloyd Building


  로이드빌딩, 평면에서 보면 가운데 아뜨리움의 기둥을 제외하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기둥은 없고, 엘리베이터 실, 동선 및 코어를 외부로 노출하여 그대로 드러내었다. 노출된 설비들은 강렬한 하이테크 High-tech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하여 모든 외관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하였다. 외부 파사드 (Facade)와, 내부 아뜨리움을 보았을 때의 이미지가 주는 강렬함은 사진으로 보아도 가히 충격적이다.


그 이후에 설계한 1979-81 Fleetguard를 살펴보자. Fleetguard의 철골은 밑에서 받쳐주는 철골구조의, Zip-Up House와는 달리 위의 천장 슬라브를 받쳐 주는 구조로서 작동한다. 이러한 가새 구조를 빨간색으로 칠한 것 역시 더현대에서 구조를 빨간색으로 표현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1982-85 Patscenter 마찬가지로, 천정 구조를 받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1982-87 Inmos Microprocessor Factory 구조시스템 또한 약간씩의 변형만 있을 뿐 비슷한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내부 아뜨리움, 더 현대




여의도 더 현대 The Hyundai


위 4개의 작품들과 더 현대는 두드러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리처드 로저스가 몸담고 있었던 회사인 RSHP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 로저스 말고 Graham Strik, Ivan Harbour 다른 두 명의 친구들과 같이 차린 회사이다.)의 디자인 철학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음을 의미하며, 기술적 진보로 인하여 디자인 언어가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다.


크게는 2가지의 공통점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내부의 오픈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비 부분을 외부로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 공간의 배치를 조금 더 유기적이고 가변적으로 사용함을 목적으로 하며, 그러한 목적성이 주거, 상업시설 중에 백화점, 갤러리 등의 프로그램의 성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뼈대인 구조를 밖으로 완전히 노출시킨다는 것은 현재에도 높게 평가되는데, 인간으로 비유를 하자면 일반적인 인체골격의 내부 뼈가 관절과 인대로 이어져 있고, 그 위를 피복인 피부층과 근육층이 감싸는 원리에 완전히 역전된 것과 같다. 뼈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피부와 근육층이 없이 내부의 넓은 공간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컬러 코딩 시스템이다. 퐁피두 센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 시스템의 특징은 설비와 구조의 종류마다 색이 다름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RSHP의 작품들을 연도별로 나열해 보면, 리처드 로저스 말고라도, Graham Strik이나 Ivan Harbour 같은 디자이너들이 메인으로 참여한 작품에서도 현재까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으로 구조와 설비를 표현해왔다. 년도에 따른 RSHP의 디자인 로직과 특성은 이후의 글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


이러한 2가지의 주된 공통점으로 미뤄보았을 때,

차이점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이슈에서 파생되는 걸 볼 수 있다.

내부의 오픈된 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설비 부분을 외부에 노출시켰는데, 아예 가세 구조를 밖으로 노출하고, 동선 또한 노출한 퐁피두 센터와 로이드 빌딩과는 달리, 여의도  현대는 설비 부분 전체의 노출보다는,  천장 슬라브를 지지하는  8개의 크레인 만이 주로 노출되어있으며 빨간색으로 강조되어 있다.

 다른 점은 외부에 코드 시스템 color coded system 되어있으면서 노출된 exposed 구조가 내부에 까지 이어져서 통합된 하이테크 건물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외부의 코드 시스템들이 건축물의 설비-인지성의 측면에서 보았을 , 더현대의 실내 공간은 외부에서 칠해진 빨간색의 크레인 구조를 확인할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아마 전체적인 구조 설계는 RSHP 회사에서 하고, 내부 인테리어는 현대 측과 협업하여 다른 건축사 및 인테리어 사무소를 통해서 하였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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