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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규민 Kyumin Ko Oct 27. 2022

가상세계의 초고층빌딩

나와 복제된 나, 시뮬라크르와 메타버스

나의 정보로 만들어 낸 복제된 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자기가 본 것들, 느낀 것들 혹은 자기 자신을 업로드 한다. 그렇게 올린 카페나 자신이 읽었던 책은 자기 자신의 경험 중의 하나와 동시에 자기 자신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일부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하는 행위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중 하나이며 자기보다 오래살 수 있거나 본인 대신으로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글쓰기, 건축, 영화, 모든 것들은 마찬가지로 이러한 인간-욕망 투사체이다.


그런데 그런 모든 자신에 대한 정보들이 모이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까?

가령 본인이 죽고 나서 본인을 보고 싶어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완벽한 본인을 복원하기로 결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살아온 기간동안 웹 상에 업로드 한 모든 본인에 대한 사진 정보들, 남긴 글들, 이력과 학력등을 종합하면 복제된 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의 저서 '시뮬라시옹 Simulation'이라는 저서에 나오는 '시뮬라크르' 라는 개념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복제의 시대에 살고 있. 사람들은 실재의 이미지가 아닌 복제품 혹은 실재의 일부에 살고 있다. 실제 카페 공간보다는 사진으로 정제되고 편집된 '인스타그램틱'한 카페 사진에 더 열광한다. 





Virtual Reality (VR)


메타버스


이러한 맥락에서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등은 21세기에 당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메타버스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로 이루어진 가상 현실을 현실세계과 연결해 우리가 가상의 공간으로 본인 혹은 물체, 나아가 건물이나 도시를 전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세계와는 별도의 시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일상기록 혹은 거울세계에 데이터를 저장하며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포켓몬고(증강현실), 제페토(가상세계), 인스타그램(일상기록), 구글어스(거울세계) 등 우리의 생활에 어느정도 녹아 있기 시작한다.






메타버스의 성격


메타버스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빠르게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이루며,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다발적으로 형성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동시의 공간에서 정보들은 빠르게 생성되며 교환된다. 이건 마치 카톡이나 클럽하우스 같은 SNS플랫폼의 성질과 유사하다.


메타버스는 사실 우리와 같은 MZ세대에게는 익숙하다. 좁게 본다면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 있을 것이고 싸이월드와 같이 자신의 아바타와 공간을 꾸미는 플랫폼, 넓게 본다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 또한 하나의 가상 현실로,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순천향 대학교 '점프 VR', Earth 2 ⓒ 머니투데이, Earth2


최근 순천향대에서 신입생들의 입학식을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진행함으로서 Covid-19에 맞춘 비대면식 활용을 보여주기도 하며 메타버스의 생활적 측면의 사용을 일부 보여주기도 한다.


생활/문화에서 적용되기 시작된 메타버스는 경제와도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있는데, 네이버의 제페토를 보게 되면, 구찌나 젠틀몬스터, 나이키와 같은 매장들을 핸드폰의 세계안에 구현하여, 제페토에 복제된 ‘나’의 캐릭터로 둘러보고 실제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을 구매하여 아바타에 입힐 수 있다.


어스2 플랫폼의 경우, 한정된 가상세계의 땅을 매입, 매각할 수 있으며 각 부지별로 위치에 따라금액이 다른 현상이 생기게 되면서 소위 말해 현실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기도 한다. 본인이 매입하고 꾸민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공간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유튜버가 나오며 그를 구독하는 구독자를 통해 재화를 얻게 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볼 수도 있다.





Virtual Surfing, 고규민 조정곤 김규리 박세진



가상서핑 Virtual Surfing

: New system of data production and consumption


위의 메인 이미지는 내가 팀으로 설계 하였던 가상 세계 속 초고층 빌딩 Skyscraper이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성중에 우리가 초점을 맞췄던 것은 일전에 언급했던 것 처럼, 파피루스와 같은 최초에 구전되던 정보가 아날로그의 문자, 혹은 사진을 거쳐 디지털 미디어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생산과 소비의 간극이었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구분이 없어졌으며 생산과 소비개념 자체의 경계 또한 흐려졌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올리기도 하며 주문하고, 필자가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글을 소비하며 피드백을 주고 필자는 다시 재영향을 받는다.


Development of Data


이러한 상황에서 Virtual Reality, 즉 VR은 정보 그 자체이며 정보가 생산됨과 동시에 소비된다. 한편 VR에 접속하는 도구 또한 경량화 되며 그 세계로의 진입은 가속화되고 있다. 공상과학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기술들이 이미 세상에 등장한지는 오래되었으며, 모두가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완성되었을 때, VR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현실세계와 동등한 위치에 존재하는 하나의 또 다른 세계로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또 다른 점은 현재 VR이 소비되는 특정 영역특성에 관한 점이였는데, VR은 숭례문과 같은 훼손된 문화재 혹은 남극과 몽골과 같은 당장 가보기 힘든 특정 여행지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도와주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이였다. 그러기에 현재 가상세계 내부에서 보여지는 형상은 우리가 보아왔던 건축물의 실루엣을 답습하는 디지털트윈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Virtual Surfing System Axonometric


하지만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개념 아래, 그를 담을 수 있는 최적의 형태 및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 우리 팀은, 하나의 구축 데이터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제안했다. VR 공간 내부에서 정보의 집합과 처리 과정은 결국 일정한 '구조체 Structure, Algorithm' 하에 복합적인 '프로그램 Space program, Information'이 정렬되어 있는 '초고층 빌딩 Skyscraper'의 형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정보의 초고층빌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단순히 보거나 (Visual) 듣는 (Auditory)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 (experience)'하게 되며 따라서 '정보' 그 자체를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물성으로 제안한다. 정보는 일정한 알고리즘 상에서 인지 가능하며, 구축될 수 있기에 물성으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에 맞추어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것이며, 또한 실시간으로 전 과정을 목격한다.



Network & Function of Atom Data


우리는 생산된 데이터는 일정한 처리 과정을 거쳐 그 내용의 응집력에 따라 본 프로젝트에서 설정한 작은 Data set으로 분류되며 우리는 이 데이터를 "Atom Data"라고 하였다. 이 Atom Data는 화면상에서 Text나 Digital Media가 되기도 하고, Hyperlink와 같은 Portal이 되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irtual Space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정보들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어떻게 보면 인터넷 서핑과도 같은 이 일련의 과정을 가상 서핑 Virtual Surfing이라고 명명하였다.



Perspective, Worm's Eye View






메타버스와 건축


건축가는 내부공간과 외부볼륨를 다루는 직업이다. 바닥, 벽, 천장의 재료, 구축방식을 고민하며, 사람들이 공간속에서 느껴지는 오감=경험을 설계하는 직업이다. 건축은 융합이기도 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트랜드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학문이다.


예로 최초의 건축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에서 시작되었고,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아이오닉 기둥과 도리안식 기둥을 생산하였으며, 르꼬르뷔지에의 도미노 시스템 이후에는 재료적 물성과 자유로운 평,입면의 공간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이렇듯 어떠한 새로운 기술이 생겨났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을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의 방식에 대한 피드백이 된 결과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이다. 제페토, 혹은 Earth2같은 플랫폼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긴 하지만 결국 현실세계를 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은 아직은 옷을 입어보고 가상 공간을 체험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현실세계의 건축양식에 구애받지 않은 새로운 가상건축양식이 나오지 않을까?


영화 아바타는 어떻게 보면 대표적인 메타버스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다른 세계에 사는 나비족과 링크 하는 기계속에 들어가 우리는 그 세계를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며, 다른 공동체와 무리를 맺는다. 이 영화는 제임스카메론 감독이 구축한 하나의 새로운 가상건축양식 중 하나인 것이다.


아바타라는 영화와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메타버스와의 차이점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만으로 공간을 향유하느냐 아니면 여러 감각들을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건축양식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통감각을 고려한 기술이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상세계에서 건축가는 경험적인, 심리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


공간을 경험하는 것에는 많은 감각들이 사용된다. 들어오는 빛에 따라 혹은 누군가의 대화 소리에 따라 커피가 내려지며 나는 향기에 따라 우리는 그 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구글 검색을 통해 카페나 식당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실제로 그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면 우리의 상상과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곳에서는 
현실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모습들은 조각조각 이어붙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본모습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피드들을 통해 그 이미지를 유추하게 된다. 하지만 이 피드들의 조합이 원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단편적인 모습. 즉 프레임화 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통해서 새로운 건축이 가능할 것이라 말하고 비현실적인 멋진 건물들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한 건물들을 디자인 하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다. 비전문성이 낳는 한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런 가상현실에서 이러한 현실성은 중요하지 않다. 기능과 구조가 아닌 아름다움만 혹은 연출만이 중요하게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울세계가 어느 만큼의 현실적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는 현실과 동일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어느 범주 까지를 건축의 영역으로 보고, 건축가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사유는 메타버스와 건축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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