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작가 박완서 님이 선정한 책 제목인지 출판사가 기획하여 만든 제목인지 사연을 모르지만 제목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가 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못 가본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미련은 노망인가, 집념인가. 그리고 비석엔 내 이름도 생년월일과 함께 새겨져 있다. 다만 차도에서 묘지까지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것이 걱정스럽다. 운구하다가 관을 놓쳐 굴러 떨어지면 혹시 저 늙은이가 살아날까 봐 조문객들이 혼비백산할 테고.." 하며 남편과 아들이 매장된 천주교 공동묘지를 방문한 작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책 첫머리의 첫 구절은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하며 시작합니다. 책은 고인의 마지막 작품임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첫 문장에는 마치 펜조차 들기 힘든 육신을 상상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행복이 가득한 미소를 상상합니다.
작가에게 글을 쓰지 못한 것은 사망 선고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이 책은 작가에게 남들은 나의 노쇠한 몸 상태를 두고 사망 선고를 하였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또한 상상합니다.
시인 천상병은 귀천이란 시에서 인생살이를 소풍으로 표현했다면 박완서 작가는 아래의 문장으로 죽음과 인생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흙은 아무거나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조그만 틈만 있어도 흙은 푸른 생명력을 토해내고 만다. 씨를 품은 흙의 기척은 부드럽고 따습다. 내 몸이 그 안으로 스밀 생각을 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아 진다.
내 주름살이 깊은 골짜기로 신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체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돌이켜 보면 내가 살아낸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이지만 고인의 명복을 간절하게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