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주인은 늘 쇼파에 앉아 오늘도 진한 초록색 가운을 걸쳐 입고 있다. 그의 옆에 살그머니 다가가 그가 쇼파 위에 펼쳐 놓은 전기 담요에 몸을 눕혀서 나름 휴식을 취하였다.
비몽사몽 잠시 나의 본분을 잊고 깜빡 졸았다. 눈을 슬그머니 떠 보니 주인은 자신의 일에 몰두 하며 텔레비전 영상을 가끔 쳐다 보며 있다. 그의 옆에서 몸을 미동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의 엉덩이에 따뜻한 느낌의 손길이 전달되었다. 슬그머니 눈을 떠 고개를 들어 주인을 쳐다 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마주친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인지 웃음인지 알수 없는 모습을 나에게 드러내 보였다.
'뭐여? 나를 쇼파에서 밀쳐 낼려고 하는것인가?'
순간 주인은 작지만 냉정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다.
"쫑"
그리고는 "너 방귀 뀌었어. 이 냄새가 뭐야"
나는 알수 있다. 내가 쇼파에서 몸을 일으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빠르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쇼파에서 몸을 빠져 나와 최대한 주인으로 부터 멀리 도망을 해야 한다. 붙잡히게 되면 어떠한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너는 방귀 뀌지 않냐.'
나는 주인이 쇼파 혹은 침대에 눕게되면 그의 발밑에 앉아 그가 펼쳐놓은 짧은 다리에 머리를 올려 의지하며 누워있기를 좋아한다.
그 날도 쇼파에 누워 있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발밑에 앉아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의 의도적인 행동인지 알수 없지만 소리를 높여 방귀를 나의 얼굴에 싸 질러 되었다. 내가 그와 다른것은 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거나 불평을 늘어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얼굴에 방귀를 뀌는 사람이나 동물을 좋아하겠나?'
나이가 익어 가니 생각과 행동 또한 익어간다.
나는 거실에 용변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나는 주인을 배려한다. 행여 그가 나의 행동에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낄만한 행동을 자제 한다.
용변도 그러한 행동 중 하나이지만 특히 목욕 할때 더 이상 거부 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부터 물을 천성적으로 싫어 했기에 나의 몸에 나의 의도와 달리 뜨거운 물과 찬물을 번갈아 가며 뿌려 대는 주인 행동은 나에게 여간 참기 쉽지 않는 고행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익숙해 졌다. 이제는 목욕 하는 시간을 그저 받아 들인다.
주인은 목욕 하는 중 내가 조금이라도 거부 하는 움직임을 하면 오른 손가락에 힘을 주어 나를 꼼짝 못하게 제어 한다.
그때의 기분은 마치 똥구덩이에 빠져 역겨운 냄새를 맡기 싫어 몸부림 치는 나에게 강제적으로 코를 쳐 박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낑낑 거리며 싫어한다는 표현도 했다. 주인 태도의 변화가 없자, 눈물을 흘리며 호소를 해 보았다. 역시 막무가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나는 포기했다. 그냥 나의 몸을 그에게 맡겨 목욕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 것 외 내가 할수 있는 것이 없었다.
환경이 나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개 인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고달프다. 그러나 가끔 나의 행동에 칭찬하듯 주인은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다.
그러면 언제 내가 주인으로 부터 받은 서운함과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잊고 꼬리를 치며 그가 주는 간식을 맛있게 받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