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떨어져 나갔다.
'이 또한 지나가리'
몇 개월 실직은 경제적 압박으로 몰아갑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다가도 '잘 될 거야.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스스로 근거 없는 용기를 북돋아 보기도 합니다.
알지도 관심도 없는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돌아서면 머릿속에 기억이 남지 않는 생소한 분야, CompTiA Security+ 자격증 준비는 하루에도 책을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저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용어를 외우고, 또 외우고 계속 외워고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본인 확인과 모든 소지품을 지정된 사물함에 넣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미 두 명이 조용히 컴퓨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시험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각자 다른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감독관이 필요가 없어 안내자는 내가 앉아야 할 곳을 알려주고 방을 나갔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 설명서 내용을 읽고 인지한다고 체크를 하자 첫 문제가 보였습니다.
웨메. 뭐여,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
설명과 그림이 나타났습니다.
문제를 몇 번 반복하여 읽고 읽고 읽었지만 여러 개 정답을 선택해야 하는 보기 내용은 모두 다 맞는 것 같고, 아니 하나의 보기 내용은 아닌 것 같고..
나의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아마도 이렇게 나에게 말할 것 같았습니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그렇습니다. 첫 문제부터 당황했습니다. 모니터 오른쪽 화면에서는 제한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첫 문제부터 당황하다니..
헷갈리고, 때로는 전혀 모르는 문제들, 때로는 익숙한 문제들.. 생각보다 일찍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헷갈리고 몰랐던 문제를 다시 검토를 하는 시간의 여유까지 생겼습니다.
시간이 되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음.. 나쁘지 않아'
합격하면 '아! 한 문제만 다 맞았으면 100점인데.. 아쉽다' 하며 주위에서 물어보면, 마치 축구 선수가 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를 하듯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멋진 말을 생각해 두었습니다.
컴퓨터 시험이니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시험 직후 알 수 없자, 직원은 나에게 24시간 내 이메일을 받을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기다리는 이메일은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 오전까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저의 시험 결과가 궁금하여 문자가 왔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하며 나는 답글을 보냈습니다. 합격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여유를 보였습니다.
늦은 오후, 다시 회사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직접 연락하여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느긋하게 시험 등록했던 사이트에 접속하여 확인을 했습니다. '허커덕. Fail.' 나의 이름 옆에 선명하게 Fail 하고 쓰여 있었습니다.
믿었는데.. 순간 심장이 덜렁 떨어져 나갔습니다. 마침 옆에서 나의 행동을 보고 있기라도 하듯 어떻게 알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시험 결과 어떻게 됐어?"
친구의 질문에 이미 떨어져 나가는 심장이 또 떨어져 나갔습니다.
"Fail이다."
합격하면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아이스크림은 고사하고 이미 읽었던, 외웠던 내용들은 몽땅 시험 치르고 나오는 순간 다 떨쳐 버렸는데.. 어떻게 또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함이 깜깜합니다.
"그 나이에 애쓴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쓰고 있자니"
맞습니다.
노화되어 가는 머리로 익숙하지 않은 분야 용어를 외우고 읽고.. 집중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다시 하려 하니 걱정스럽습니다.
시험 커트라인은 750.
나의 결과는 698.
나에게는 너무 높은 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과를 보니 세 문제만 해결되었더라도.. 지금의 글 내용은 화려한 문장으로 썰을 푸는 것도 부족하여 동네방네 전화질을 하며 소문을 내었을 텐데..
딸은 처음 치르는 시험에 높은 점수라며 조금만 노력하면 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나의 분발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럼 네가 대리시험 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