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된 딸

by 수환


마테오로부터 문자가 왔었다. 문자가 도착했는지 모르고 있던 나는 퇴근 후 식당을 들리지 않고 바로 집으로 와 씻고 혼자 안방문을 닫고 궁상에 빠져 있었다. 쫑은 자신도 안방으로 들어오겠다며 닫힌 문 앞에서 낑낑거리며 마치 문을 주먹질을 하듯 긁으며 자신을 외면하지 말라는 듯 존재를 어필했다.

'문 열어줘'

닫힌 문 앞에서 항의하던 쫑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에 "누구냐?" 외치며 아래층 거실로 내려갔다.

혼자 있으니 쫑의 짖음이 도움이 된다. 쫑의 짖음이 없었다. 딸이 와 있었다. 딸의 방문을 예상하지 못하여 어쩐 일이냐 연락도 없이 하자 딸은 문자를 보냈다고 알려준다.

마테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딸이 야심한 밤에 혼자 방문하지는 않았을 텐데.. 딸의 미소와 함께 부엌 식탁 테이블 밑에 몸을 숨긴 마테오가 모습을 드려내 보이며 나에게 와서 포웅을 한다.

"잘 지냈어요?"


그들은 다음날 집에서 일을 한다며 나에게 방문했다고 내가 묻기도 전에 궁금증을 알려 주었다. 마테오는 음악에 재능을 가진 아이다. 그래서인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감성적이다. 그는 나를 '아빠'라고 부른다. 아빠의 의미는 알고 있지만 아마도 아빠라는 단어의 무게는 그가 영어 표현 'Dad' 하고 부르는 것과 다를 것이다. 내가 영어로 Sorry 하는 감정표현과 한국어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듯이.


그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안방으로 돌아와 문자를 확인하자 몇 시간 전에 마테오가 저녁식사 어떻게 할 거냐는 문자가 와 있었다.


다음날 늦은 잠자리를 해방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지 않았던 백수 시절은 그들을 위해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을 준비했었다.

출근 시간은 다소 변동이 있지만 퇴근시간은 5시를 넘지 않는다. 무조건 5시 10분 전, 책상을 정리한다, 이제는 동료들도 그러려니 하는 눈치다.

95번 고속도로를 진입하는 순간 100번 고속도로를 만나는 시간은 짧다. 짧은 시간에 집으로 갈지, 식당으로 갈지 결정을 해야 한다, 어떠 날은 이미 사무실을 나설 때 작정을 한다. '육개장 먹으러 간다'


며칠 계속 먹었던 육개장을 멀리 하고 집으로 퇴근했다. '아니.. 아이들이 아직도 집에 있었다.' 마테오가 현관문을 열어주며 나를 반겼다.

"식사하자"라는 나의 말에 그는 늦은 점심식사를 하여 늦게 저녁을 먹어도 된다며 자신이 하던 일 세탁물 정리에 몰두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공동 세탁실을 사용해야 하기에 그들은 작은 세탁기를 구입하여 자신들의 아파트에 두고 세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세탁할 것을 몽땅 가져와 여러 차례 세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뭐 먹을 것 있어?"

딸은 어디에 있다가 부스스한 모습을 드러 내며 궁금한 저녁 식사 메뉴를 물어온다.

"간장게장 냉동실에서 꺼내 김치에 먹자" 하며 서둘러 밥을 차리고 김치 냉장고을 열어 얼마 남지 않는 김치를 꺼내 가위로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담았다.


식탁에 올려진 김치, 밥 그리고 해동되지 않는 간장게장!

마테오는 자신의 입맛과 전혀 다른, 아니 모양도 이상하게 보이는 간장게장이 낯설어 쉽게 먹지를 못하고, 딸은 이렇게 해동되지 않는 간장게장을 어떻게 먹냐며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이렇게 먹고살아?"

딸의 표정이 굳어지며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딸은 집안이 지저분하여 자신이 청소를 했다며 아마도 혼자 지내는 나의 모습이 속상했는지 굳은 표정으로 있자 마테오는 딸의 눈치를 본다.

"그러지 말고 인도 식당에 먹고 싶은 것 주문하자"

나는 주문한 음식을 픽업하러 간다며 어색한 자리를 피했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모두에게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집에 오면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아빠가 바쁘다는 것 알아, 그래도 신경 쓰며 식사를 해. 나에게 돈을 주면 내가 음식을 만들어 줄게"

딸 말처럼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내가 먹을 점심식사도 준비하지 않고 늘 맥도널드, 서브웨이 혹은 버거킹에서 햄버거로 해결하고 있다.


"전생 영화 (Past Lives) 보았어?"

딸은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면 함께 보자고 제안을 했다.

제안에 못 이기는 척 아무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는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감독이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남녀 아이들이 여자 가족의 이민으로 헤어지고 12년 후 페이스 북을 통해 연결이 된 두 사람 그리고 다시 몇 년 시간이 지난 후 한국과 미국 뉴욕을 거리를 두고 틀어진 현실에서 나누는 대화는 전생의 인연 그리고 또 다른 생에서 인연을 상상한다.


영화의 내용은 내가 기독교에서 불교로 개종한 주된 생각과 일치했다.

현생의 아내하고 인연을 전생에 의미를 부여하자 마음이 편했다.

'그래, 전생의 나의 잘못된 무엇에 대한 빚을 현생에서 갚고 있구나'


매일 나는 작성해 둔 엑셀에 은퇴까지 숫자를 일을 하는 도중에 드려다 보며 나름 계획을 생각한다. 이때 은퇴하면 재정상태를 어떻게 준비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늙고 죽을까..


마테오는 며칠 전 우연하게 Bar에서 수년간 태국에서 불교공부와 수행을 했던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를 만나, 불교와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흥미롭게 들었다고 했다. 딸 또한 함께 그 자리에서 그를 만났다고 내가 흥미로워할 것 같아서 나에게 말을 했다.

"예리가 몇 년 전 고등학생 때 나의 제안으로 '죽음'에 대한 책을 읽었어"

딸은 자신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디에 처 박혀둔 머리 해골 사진 겉표지의 '죽음' 책을 가져와 마테오에게 보여준다. 예일 대학의 교수 Shelly Kagan이 쓴 책으로 그는 자신의 책을 학생들과 토론을 한다.( 책 판매 목적.. 아마도). 딸과 공동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나의 얄팍한 의도도 있었다. 책은 딸에게 영향을 주었다.


죽음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그냥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일반적인 사건으로 편하게 적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없다)


모두 출근해야 해서 서둘러 이른 아침 IHOP으로 갔다. 아이들이 방문하면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지난밤에 나누었던 불교/타 종교/음악/책에 대하여 짧은 시간 대화는 흥미로운 분위기로 이어지며 서로 쉽지 않고 때로는 혼동스럽지만 그들과 나누는 시간이 즐거웠다.

"우리 함께 책 한번 써 보자"


나의 제안에 그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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