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제주도지만 세 살 때 이사를 가서 내 기억이 시작될 즘에 나는 항상 인천에 살고 있었다.
미국 대학교를 가서 한국 동아리를 찾아갔다.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마음 통하는 친구를 찾는 일은 항상 어려웠다. 그날은 저녁 식사 겸 술자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한국 동네 이야기가 나왔다. 알고 보니 걔 중에 같은 동네도 아니고 같은 아파트 단지 출신이 있었던 거다. 그러다가 또 누가 비슷한 곳에 살고 있던 게 아닌가 싶었는지 한국에서 어디 살았는지를 돌아가면서 얘기하게 됐다. 다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서울 어딘가에서 왔는데 다들 서로 그게 어디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불편했다. 어딘가 나만 잘못 끼어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인천이요."라고 대답했을 때 공감대를 찾을 수 없어 당황하던 그들의 모습도 기억난다. 그러다 자기 고모부인지 이모부인지 친척 중에 하나가 인천에 살았었다고 겨우 공감대를 찾아 대답해 준 사람이 고마운지 아닌지 나는 잘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서울 유명 대학교의 입학생들 대부분이 비슷한 고등학교 출신인 현실에서 인천에서 자란 평범한 학생인 내가 미국의 좋은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혼자 나선 유학 길에 고생도 많이 하고 부족한 영어 실력에 노력도 많이 했지만 행운이 따르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미국 회사에서 UX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내딘 지금, 미국에서의 내 지난 10년간을 돌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