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1편

by Xeom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밝은 미소의 소유자로 연구기관내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엄격을 준수하고 숨이 탁 막힐듯한 공간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다. 이름도 시원시원하게 시원이다. 아 이건 너무 갔나. 하하하.. 아무튼! 시원이는 이런 시원하고 밝은 미소를 띠고 있으니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음료를 마신 기분이다.



"어 그래! 안녕. 오늘도 이름값하네 하하하"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시원이는 미소띤 얼굴로 따뜻한 웃음을 자아냈다. "네 선배도 화이팅해서 같이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이는 한창 내가 선배지만, 연구소에서는 시원이가 선배이기도 불구하고, 나를 선배님이라 불러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대학원생 시절 천재라 불리울정도로 교수님들께 이쁨과 기대를 받으며, 엘리트코스를 밟은 친구이다.




그러나 시원이는 연구의 목적이 무엇인지 깊은 소통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이 미쳐돌아가는 연구소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연구를 하고 싶지 않아할 것이다. 이 작은 소녀가 대단한 업적의 소유자라니. 믿기지가 않았지만 시원하고 쾌활한 성격에 매료되었다.




하얀 가운 속 주머니에서 불빛을 띠며 작은 벨소리가 울린다. 연준은 급박하게 전화를 받았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입술 오므리며 고민에 잠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 아까 얘기하려던 거 말이야.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교수님께 잠시 급히 가봐야할 것 같네." 아쉬운 감정을 비치며 연준이가 말했다.




그렇게 연준이와 헤어지고, 나는 선배들이 모두 회의에 들어간 틈을 타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연구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걸리면 죽음뿐이다.. 보다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내면의 아이가 호기심을 강하게 표출한다. 용기있는 행동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하니, 그 진리를 믿고 연기처럼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아 뿔싸. 누군가가 있다. 앞에 선배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들키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있어야할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볼게 분명하다. 그래서 다급히 그 곳을 벗어나려던 찰나에, 하필 김창연 선배와 눈을 마주친다.



순간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땀이 인사를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뱡향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자 자신이 내준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마음대로 연구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본 내게 소리쳤다. "너 내가 내준 과제는 안하고 싸돌아 다니고 있냐. 이래서 같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겠어?" 그 순간 나는 그 상황에 빠져나가기 위해 온갖 수를 짜내었다. 마치 수건 속에 있는 고인물을 힘는 힘껏 짜듯이.




생각하자, 생각하자.. 내 뇌에 전달하며 이번 한 번만 이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달라고 내 뇌에게 애원했다. 그러자 전구의 불빛이 켜지듯이, 그 상황을 타개해나갈 수단을 찾았다. "아 다름이 아니라, 김창연 선배를 뵙고 싶어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내주신 과제가 악어 dna로 유전적 형질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하셨잖습니까. 해외 논문을 참고하며, 조사를 하다보니 악어는 고대 파충류와의 유전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악어는 조류와 함께 아크로사우리아(acrhosauria) 계통에 속해 공룡과의 근연관계가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즉 악어의 유전체 연구는 공룡과 고대 파충륭의 진화 과정을 찾다보면 더 뚜렷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에대해 보고드리고 싶었습니다.




김창연 선배님의 얼굴을 보자, 매서운 눈초리에서 크게 번쩍 떠진 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누런 이를 보이며, 방긋 웃었다. 그 사이 얼마나 이빨을 닦지 않고, 믹스 커피만 줄 곧 마셔댔으면 저렇게 이가 누럴까.. 공기를 밷어도 입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그런 이빨이었다. "그래 , 그거야! 잘하고 있네 내 후배 하하하. 계속 조사해서 나한테 연구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줘. 내 이메일 알지?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그렇게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땀은 점차 매말라 갔다. 다시 공기를 세차게 들이마시며,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내면속 아이의 호기심이 뚫고 나올 기세이다. 얼른 만족시켜줘야 더 이상 위험한 일을 최대한 막을 수 있으니깐.




갑자기 등 뒤에 매말라 있던 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꺼림직한 기분이 들었는데, 역시나 바로 뒤에 김창연 선배님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거구의 체형은 보기만해도, 믿기질 않았다. 빠르게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내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이 선배에 대한 공포감은 확실히 커져만 갔다. 그런데 생각외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내게 믹스커피를 타와준 것이었다. 한 작은 종이컵에 적당히 담긴 커피. 구수하고 달달한 향이 나며 맛또한 완벽에 가까웠다. 믹스커피 매니아 다웠다. 극도로 미세한 물양의 오차범위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의 창연선배가 중요시 하게 여기는 믹스커피의 원칙이었다.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내 마음속의 공포심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긴장의 농도는 한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너가 이쁜 행동을 보여서 내가 특별히 타준거야 인마. 잘하고 있으니깐. 이 커피 마시고 더 힘내보자." 거대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는데, 긴장과 동시에 안락함이 들었다. 문맥상 서로 공존할 수 없고, 의미가 상반되기에, 말에 어폐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인사를 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선배님이 잘 가셨는지 철저히 확인후 나는 연구실 깊숙히 들어가 보니 보안키가 설정된 문이 있었다. 이 곳이 윗선에서 압박하며 진행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확신했다.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하지만 이 문을 열기위한 보안키나, 출입구 통과가 허가된 카드가 없다. 차가운 형광등, 거대한 유리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밀폐된 공간임을 예상했다.




차가운 기운, 사방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지만, 그 묘한 기운때문에 더 차갑게 다가왔다. 그러나 윗 창문이 있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긴 사다리가 없나.. 밟고 올라갈 사물이 있다면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니 창문을 열고 틈 사이로 안에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모두가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들 것을 찾아보고 있었다.




오후 18:00 대다수의 연구원들이 퇴근하는 시간이다. 표준 근무시간을 따르며, 예외가 있다. 실험 일정이나 논문 마감기한을 지키려고 야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논문은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젝트가 오후 3시쯤에 마친 걸로 안다. 나는 즉시 적당한 크기의 상자안에 책들을 가득담고 낑낑대며 옮겼다.




그 상자를 가지고, 옮겨보지만, 키가 평균보다 작은 축에 속해 올라가는게 생각보다 버거웠다. 어릴적에 우유를 좀 많이 마실 걸. 과거에 많이 먹지 않은 자신을 탓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손톱이 부러져도 올라가겠다는 굳은 의지가 마음속에 피어나고 있었다.




끙끙 되며, 주변 cctv도 의식한채로 힘겹게 올라갔더니 창문은 역시 열려있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던 까닭은 그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창문을 열 미친놈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퇴근한시간. 그 연구실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러나? 큰 유리관 안에는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있었다. 처음에 잘못본 건지 눈을 손으로 비볐지만, 어떤 긴 형체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비늘로 덮인 거대한 꼬리와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그것은 악어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등에는 공룡의 것처럼 보이는 돌기가 돋아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목까지 치솟았다.



"이게... 뭐지?"




손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 연구 자료가 담긴 파일들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었다. 파일을 집어들고 내용을 확인하자, '악어와 공룡의 유전자 교배 실험'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김창연선배가 악어의 유전에 대해 과제를 내눈 것이 그 이유였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윤리와 호기심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렸다.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발걸음을 돌려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생명체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연구소의 관리자가 들어온다. 그의 발걸음은 차갑고도 날카로웠다.



나는 수많은 책상 밑에 숨어 의자로 내 모습을 감췄다. 죽은 듯이 숨을 참으며, 고요한 공간이라 아주 작은 소리만 나도 소리가 울려퍼진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들켜서는 안 될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래....이거야 우리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거야."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검은 욕망과 탐욕, 그리고 알 수 없는 깨름직한 웃음소리. 한 시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얼른 저 양반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내가 믿고 있던 연구소가 이런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니. 문명과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허용되는 것인가? 마음속에서 수많은 질문과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작가의 이전글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