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

by Xeom

서늘한 가을밤 저녁이었다. 노란 빛을 비추는 가로등의 불빛. 그 선명한 빛으로 거리를 비춰 고요하게 퍼지고 있었다. 선명한 빛을 받으며, 나는 한 걸음씩 발길을 옮긴다. 그 동시에 마주하는 살랑이는 바람. 마치 가을 나무에서 단풍잎이 조용히 떨어져 땅에 닿듯이 내 마음 역시 차분해진다. 그리고 기억도 점점 잊혀져간다.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만져도 부서질듯한 낙엽. 그 낙엽 속엔 기억의 조각들이 가득 뭉쳐있다. 그러나, 힘이 약해짐에 서서히 죽어간다.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마른 잎의 거친 질감이 우리 발끝에 전해진다. "가을이 왔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 해가 곧 마무리 될 것임을 암시한다.



좁디 좁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며 스쳐 지나가는 연기처럼. 우리의 순간 조차 한 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서서히 사방으로 퍼짐에, 모든 것들이 점점 잊혀져간다. 우리는 작은 순간들도 기억이란 마음의 서랍장안에 고이 담아두는 것이 아닌, 검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시간의 가치를 깨닫지 못해, 한 순간, 한 순간을 의미 없게, 내던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해를 의미 있게 보내려고 했지만 내 정신이란 감정이 도와주질 못해,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과거의 기억도 그랬다. 길게 늘어선 노란 빛 가로등 밑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걸었던 그 날, 내가 나누고 생각했던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던 작은 공기는 그 어두운 무력함에 흡수 되었다. 말은 공기채로 없어졌지만, 그 날의 감정은 깊은 곳 어딘가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 과거의 모습은 잃어버렸지만, 기억은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 목소리는 내 안에거서 반복되고 있다. "정신 차려. 너는.. 거..야.." 작은 기억의 조각 하나하나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도대체. 내 과거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하고, 생각을 한 것일까. 항상 밤마다 나를 괴롭히는 내면의 목소리. 이 내면의 아이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길게 늘어진 노란 빛 가로등 밑을 서성인다.



"걷다 보면 언젠가. 답이 나오겠지."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한 순간. 한 순간을 의미 있게 기록하자. 그 작은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완전체를 이루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향상심을 품자.

작가의 이전글악어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