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교차

by Xeom

눈을 떠보니, 텅 빈 무색의 천장.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부리지만 포근함이라는 감정이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포근함이라는 친구때문에 의지가 꺾일까봐 두려워 이불을 걷어 차고 나온다. 비몽사몽하며, 머리는 부스스해 털이 휘감은듯, 서로 엉켜 있는 모습.



모래주미니를 찬 것처럼 몸이 무겁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검은 바람막이 점퍼와 검은 캡모자를 쓰고 바깥으로 나간다.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맑은 공기를 마신다. 천천히 불러오는 바람이 오래된 나무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다.



바람으로 인해 나무로부터 보호를 받은 나뭇잎들은 하나둘씩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단단한 아스팔트 땅위에 차분히 떨어지고, 소리 없이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본 나. 나는 느긋하게 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부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뒤쳐지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마음이 찾아온다.



나뭇잎은 나무로 부터 보호를 받고, 나무는 청록한 나뭇잎으로 인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띄며 서로 도움을 주는 상생관계처럼. 나도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도움을 주는 상생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 땅 위를 걷고 있는 나뭇잎들이 나를 향해 무언가의 덕담을 준다.



그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며, 침묵했던 나무들은 나를 향해 나뭇잎을 여러개씩 보내줬다. 차갑고 세찬 바람으로 많은 나뭇잎들이 내 얼굴을 스치고 어딘가로 날라간다. 많은 나뭇잎들을 맞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항상 분주하고 치열하게 사는 것보단,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감상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



항상 옳고그름을 따지는 나.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를 거치면, 나중에는 논쟁으로 이어진다. 항상 합리적인 답을 찾던 내게,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일까. 세찬 바람과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을 맞은 순간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항상 네모난 화면 속 세계에 흠뻑 빠져, 가상의 세계에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어디에서 부터 만들어진 건지, 그 끝이 존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 사방이 네모와 줄로 이어져 있어 꼴보기도 싫다. 그런 재미 없는 프로그램을 만지며, 마감기한이 오기 시작하면 득달같이 달려오는 상사와 더불어 꾸짖음은 플러스.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번씩은 나를 위해, 노동과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상처입은 나를 치유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들어주는구나. 자연으로부터 받은 귀한 메시지. 자연의 엄청난 기운을 받아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 길은 어디든지 상관 없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답게 그려진 구름을 보며, 앞으로 걸어가면 되겠지. 고르게 흐르는 맑은 샘물에 손을 넣어보고, 과거의 찬란한 시절인 어린 아이처럼. 한 번쯤은 크게 웃어봐도 되겠지. 니체는 아이들이 고귀한 존재라고 얘기한 것처럼.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처럼. 청춘이 아닌, 회춘으로. 가자! 알 수없는 넘치는 힘과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 아이의 시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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