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강요된 영웅과 20인분 샌드위치

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by 목림

신학으로 유학을 온 두 살 많은 형과 인사를 나눈다. 이곳 교회에서는 유학생들을 상대로 서로의 친교를 위해 돌아가면서 두 명씩 짝을 이루어 모두를 위한 가벼운 식사를 준비한다.

대단한 봉사 정신도 없고 사랑과 배려가 가득한 평화의 사도가 될 생각은 애초에 없다. 그저 차례가 왔고 나쁜 짓은 아니니까 하는 거지.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이 학비로 쓸 돈을 친교라는 이름으로 쓴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는다. 일방적이다. 그래도 교회인데 내가 좀 심하다는 생각은 든다. 누구의 잘못일까. 나와 짝을 이룬 학생은 많이 공부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온 형이다. 게다가 신학생이다. 그와 함께 20인분가량의 어설픈 샌드위치를 만든다. 재료도 사고 그 덕분에 현지의 삶도 배운다. 이순간 그는 자신은 가난한 신학생임을 설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봉사자임을 강조한다. 재료는 내가 산다. 제작은 같이 한다. 먼저 온 거룩한 자가 늦게 온 불경한 자를 착취한다. 영웅이라는 칭호는 많은 것을 가진 자가 많은 것을 베풀 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교는 끝이 없다. 정말일까. 무엇이든 적은 것이라도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20인분 샌드위치의 재료가격은 적은 것이 아니다. 난 영웅이다. 강요된 영웅이 되고 있다. 이 거룩한 신학생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난 속아 주기로 했다. 그는 모든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 훌륭한 교회의 멋진 사제가 되려나. 독일에 남아서 납작한 탐정 모자를 쓴 후 모양 좋은 파이프를 물고 불쌍한 유학생을 거두어 주는 우리 기숙사의 이사장이 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외모도 비슷하니. 진리는 내 지갑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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