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 이방인의 기억 가판대
‘브레첼’이라는 빵이 있다. 왕소금이 드문드문 뿌려져 부착되어 있고 하트모양인양 이른 아침 기차역에 가면 넓은 빵 기계의 철판 쟁반 같은 출구로 철컥철컥 미끄러져 나온다. 큰 손을 가진 사람의 손바닥 정도의 크기인데 밋밋한 맛이다. 여기 빵은 대개 그런 맛이다. 이름도 비슷한 ‘브레첸’이라는 빵도 있다. 이 빵은 겉의 딱딱함으로 먹다가 입천장이 벗겨지기도 한다.
내가 얘기하는 건 브레첼이다. ‘브레첸’ 이어도 뭐 상관은 없을 듯하고. 이들의 주식일까. 차이는 쌀밥과 잡곡 정도 되려나. 여하간 먹고사는 문제는 세상 다 똑같다.
오늘은 성당 담임 신부와 사제가 되려고 온 성당의 신부 지망생을 중심으로 맥주 양조장으로 유명한 안덱스 수도원과 홀로코스트 관광지 다하우 강제 수용소 관광을 다녀왔다.
성당에서 친해진 동생 중에는 맥주를 공부하러 온 친구가 있다. 이 친구 이야기가 재미있다. 예전에 한국인이 독일 맥주 만들기 대회에서 우승했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인이 우승 점수를 얻은 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거품을 주사기에 넣은 후 맥주 위에 얹어 이룩한 쾌거라고 했다. 쾌거라니. 내 생각에 한국인들의 재미있는 얘기는 대개 편법이다. 반면 어디선가 들은 독일의 유머는 무시무시했다. 5인승 승용차에 5명의 독일인과 10명의 유대인을 태우는 법은 무엇인가. 독일인 5명은 승차한다. 그리고 10명의 유대인은 불에 태운 후 차량 재떨이에 넣으면 된다. 이게 과연 유머일까. 수도원의 전설적인 수도승들이 만든 맥주를 독일인들은 물처럼 마셔댄다. 지난 이른 새벽, 간이식당에서 신문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이름 모를 독일 직장인은 살아있는 문화 지침서였고 수도원 기념품 가게 옆 빵집의 자동차 운전대만큼 큰 브레첼은 이들의 부피였다. 옳고 그른 이야기도 아니고 효율도 아니다. 그렇다는 거다. 대부분 성당의 사제는 술과 담배를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다. 개신교 목사는 술과 담배는 하지 않고 결혼은 한다.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문화가 다른 것이 싸움의 빌미가 된다.
종교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악’은 절대로 인간이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조금 착한 것이 심지어는 매우 착한 것도 아주 약한 ‘악’조차 이길 수 없다. 죽이고 불태우는 자를 이기려면 더 많이 죽이고 더 불태우는 방법 말고는 없다. ‘악’의 크기가 어떻든 ‘악’을 이길 수 있는 건 ‘절대 선’밖에는 없다고 한다. 완벽한 ‘선’. 당신은 이길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