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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Mar 20. 2024

냄새가 주는 위안

냄새 감별사



나만 보면

냄새를 맡아달라 하는 사람들


엄마, 나 머리 냄새나요?

딸은 전날 밤에 머리를 감아 놓고는

아침에 머리 냄새를 맡아달란다

어차피 감을거면서


여보, 이 옷 입어도 괜찮은지

냄새 좀 맡아줘

나는 냄새를 잘 못 맡겠어

알아서 입으면 좋으련만

냄새가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는 남편


엄마, 나 이 옷 땀냄새나요?

엄마가 다 큰 아들 땀냄새까지 맡아야 되겠니?

입은 웃으면서

옷을 든 손은 내게로 뻗어있다.


엄마, 나 발냄새나요?

이번엔 발도 내미는 딸,

그나마 씻고 나서

맡아보라고 하니 다행이다.


혼자 집에 있는 날

감기에 걸려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

이 냄새 저 냄새 맡으라고 할 텐데

요거 잘됐다 생각하다

문득 그들의 체취그리워진다


딸 머리에서 나는 샴푸냄새 섞인

강아지냄새

남편 옷에서 나는 비릿한 남자 냄새

아들 옷에서 나는

톡 쏘는 박하를 닮은 땀냄새


학교에 간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해외 출장 간 남편이 가끔씩 그리울 때

우리 가족 체취를 닮은 향수를

만들어 뿌려 놓고 싶다

냄새가 주는 위안이란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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