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보면
냄새를 맡아달라 하는 사람들
엄마, 나 머리 냄새나요?
딸은 전날 밤에 머리를 감아 놓고는
아침에 또 머리 냄새를 맡아달란다
어차피 감을거면서
여보, 이 옷 입어도 괜찮은지
냄새 좀 맡아줘
나는 냄새를 잘 못 맡겠어
알아서 입으면 좋으련만
냄새가 괜찮은지 확인해 달라는 남편
엄마, 나 이 옷 땀냄새나요?
엄마가 다 큰 아들 땀냄새까지 맡아야 되겠니?
입은 웃으면서
옷을 든 손은 내게로 뻗어있다.
엄마, 나 발냄새나요?
이번엔 발도 내미는 딸,
그나마 씻고 나서
맡아보라고 하니 다행이다.
혼자 집에 있는 날
감기에 걸려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
이 냄새 저 냄새 맡으라고 할 텐데
요거 잘됐다 생각하다
문득 그들의 체취가 그리워진다
딸 머리에서 나는 샴푸냄새 섞인
강아지냄새
남편 옷에서 나는 비릿한 남자 냄새
아들 옷에서 나는
톡 쏘는 박하를 닮은 땀냄새
학교에 간 아이들이 보고 싶을 때
해외 출장 간 남편이 가끔씩 그리울 때
우리 가족 체취를 닮은 향수를
만들어 뿌려 놓고 싶다
냄새가 주는 위안이란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