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 보이는 별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어떤 빛은 1년, 어떤 빛은 10만 년, 어떤 빛은 100만 년 전에 출발하여 지구 가까이 온 것이다.
물리학과 인문학은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하던 내게 '떨림과 울림'에서 얻은 저 문장은 둘 사이의 긴밀한 연결성을 그려 주었다. 글을 쓴다는 아니, 쓰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가진 고민 속에서 말이다.
책을 읽는 순간은 재미있게 몰입하다가 책을 덮고 나면 늘 한 가지 생각에 잠식당했다. 저 작가는 어떻게 저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어떤 재능으로, 어떤 노력으로 저렇게 매력적인 책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는 하릴없이 나의 재능 없음을 탓하게 되었다.
며칠 전 동화작가인 전 직장 동료이자 동갑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동화책을 출간하게 된 시작점을 물었다. 그는 첫 작품을 신춘문예에 응모해 낙방했고 같은 작품을 다른 문예대회에 응모해 수상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했다.
- 첫 작품으로 수상을 하다니 역시 글쓰기는 재능이었어.
바스락거리며 날아가버릴 궁리만 하던 지푸라기 같은 마음에 부정의 감정이 불씨를 지폈다. 오래오래 타오르지 못하고 금방 재가 돼버릴 지푸라기 같은 마음에.
그가 그 작품 전에 어떤 글을 써왔고 학창 시절에는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사유를 했으며 마음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가 띄운 별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초신성을 발견하는 취미를 가진 에번스 목사는 우리 눈에 보이는 초신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엄하게 죽어가는 별에서 발생된 빛이 6000만 년 동안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고요 속의 우주공간을 달려와서 어느 날 밤하늘에 반짝이는 작은 별빛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하는 것이다.
밤산책을 하다가, 기계적으로 퇴근을 하다가, 힘든 마음을 가라앉히려 벤치에 앉아 있다가 밝은 별빛과 조우한 지구인은 그 빛이 6000만 년을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빛이라는 걸 알리 없다. 그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별이 빛나고 아름답다는 생각만 할 뿐.
그 빛을 보기만 하는 사람은 몰라도
그 빛이 되어 달려온 사람은 알 것이다.
고요 속의 공간을 얼마나 쉼 없이 달려왔는지.
그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그 과정을 기억하는 사람이
나 자신일 수 있다면
그 힘든 여정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발 끝에 차이고
글을 써야 할 이유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부유한다.
글쓰기를 포기하기는 너무나 쉽고
계속 이어가는 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신발을 신고 현관을 넘는 것만큼의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에 있는 별이라고 해서 다 같은 별이 아니란 걸 아는 순간
대단한 작품이 그저 불꽃처럼 펑 터지며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글쓰기의 여정에 조급함을 조금은 내려 놓게 된다.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지 못해도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도
쓰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도
빛나는 별이 6000만 년을 달려와 지구에 도달했듯이
쉼 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으리라.
그곳이 내 마음이든 다른 이의 마음이든
사람과 장소에 상관없이 그저 빛나는 별로 어디든 떠있을 수 있다면 행복하리라.
한 줄 요약 : 글을 계속 쓴다는 건 지구에 도달하기 위해 고요 속의 우주를 쉼 없이 달리는 빛의 움직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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