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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Nov 17. 2024

내가 자주 만나는 5명

가족독서모임을 하기로 하다

5년 뒤 내 모습을 알고 싶다면 요즘 내가 가장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을 보라고 했다.

현재 내 주변에 내가 가장 만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그들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의 내면에서 성장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요즘 내가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는 사람은

한강 작가,

빌브라이슨,

니체,

헤르만 헤세

그리고 남편이다.


매일 아침 '니체의 말'을 읽으며 그의 철학을 듣고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으며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대한 역사를 익힌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그녀가 들려주는 도청 상무관에 있는 소년 이야기를 듣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며

십 대 시절 그가 방황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남편과 우리의 현재와 미래, 노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아침 니체는 내게 이런 책을 읽으라고 했다.

읽기 전과 읽은 후 세상이 완전히 달리 보이는 책,

우리들을 이 세상의 저편으로 데려다주는 책,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듯 느껴지는 책,

새로운 지혜와 용기를 선사하는 책,

사랑과 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는 책.


나는 저 문장에서 '책'을 '사람'으로 바꾼다.

그들은 이 세상의 저편으로 나를 데려다주기도 하고

마음을 맑게 정화시키기도 하며

새로운 지혜와 용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한강 작가가 소년의 외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녀가 자신의 외할머니를 빗대어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가 외할머니에 대해 쓴 산문에서 읽은 내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마치 비밀을 공유한 친구처럼 그녀와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헤르만 헤세가 아브락사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가 얼마나 철학에 깊이 심취했는지 그의 깊은 사유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내 생각을 전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성장한다'를  쓰고 '데미안'을 읽고 '나답게 산다는 것'을 썼다.


내 글은 이야기를 해준 작가에게 전하는 나의 사유이다. 책 속의 작가가 직접 듣진 못하지만 다른 작가님들이 읽고 반응도 해주니 그걸로 충분하다.


책을 읽지 않는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요즘 누구를 가장 자주 만나니? 그 다섯 명이 너의 5년 후 모습인데.

-딱히 누구를 자주 만나지 않아요.

너는 책도 읽지 않는데 네가 보는 유튜브가 그저 그런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라면 네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 돼.

-전 요즘 들어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뭐 여러 면에서.

표현하기 힘들어? 엄마는 책에서 철학자의 지혜를 배우고 과학자의 지식을 배우고 소설가의 감정을 배우게 되는데 네가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말했다.

--난 수능 끝났으니 친구와 북클럽하기로 했어요. 친구와 교보문고에 가서 책도 고르고 토론도 하려고요. 너무 기대돼요.

-그건 재미있겠다.

엄마 소원이 가족끼리 독서모임하는 건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엄마와 친한 작가님이 가족 독서 모임에 대한 책도 내시고 가족 독서를 몇 년 동안 계속하고 있으시대. 그 책 보면서 하면 돼.


경제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말했다.

---근데 부동산이나 경제 관련 책으로 선정해도 돼?

내가 말한 가족독서모임은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거야. 그리고 서로 질문을 하고. 내가 그 책 읽어보고 자세히 설명해 줄게

-좋아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다 못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 못 읽어도 좋아. 읽은 만큼만 이야기해도 돼.


이렇게 우리 가족은 가족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수능이 끝난 딸아이의 옷을 사고 생일이 다가오는 남편의 선물을 사기 위해 가던 차 안에서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졌다.


이제 우리 가족이 자주 만나는 사람 중에는 철학자도 있고 과학자도 있고 소설가도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그들의 지혜와 혜안을 들을 수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주가 '원시 원자'라는 기하학적인 점으로부터의 영광스러운 폭발로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끊임없이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허블의 '불꽃 이론'은 현대의 빅뱅 이론과 잘 맞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허블이 너무 일찍 발표한 나머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어떤 주장은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가 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이 안 되고 있다면 그것은 시기가 안 맞아서 그럴 수 있으니 적당한 때를 기다려 다시 도전해 보자. 욕심을 바라지 않고 기다린 우리 집의 가족독서모임이 이제야 빛을 내고 출발하기 시작한 것처럼.


한 줄 요약 : 내가 자주 만나는 5명은 나의 5년 후 모습이니 그 5명에서 책을 빼놓지 말자.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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