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멈춤의 날'의 의미

서이초 사건이 주는 메세지

by 리인

8월 25일자 신문에서 '식당서 일하는 고졸 여종업원, 수학교사로 뽑은 미국교장... 무슨 일이'라는 기사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 교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자격이 부족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메인주에 있는 찰스 M. 섬너 교육 캠퍼스의 잭 그린 교장은 자격이 충분한 교사를 찾지 못해 80%를 장기 임시교사로 채용했으며 심지어 작년에는 수학 교사를 구할 수 없어 지역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고졸 여성을 뽑기까지 했다



일본의 교육 현실도 다르지 않다. 2006년 6월 일본 도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23세 여성 초임 교사가 과중한 업무와 학부모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교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교사가 없어 교장·교감이 담임을 맡고, 일부 초등학교에선 선생님이 부족해 중학교 교사가 초등학교에 배치되고 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2023년 7월 18일 교대 졸업 후 신규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가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치유와 회복을 목적으로 꾸민 동화 같은 방에서 생을 마감했다. 얼마 전 방영된 PD수첩에서는 텐트와 인형, 조명으로 꾸며진 작은 방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학부모에게 손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대학원 수강을 병행할 정도로 열의에 찬 교사였던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혹한 교육 현실에 대해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표현했다.


https://youtu.be/988iWhlrAbU?si=5Mc-PA1wQSr5CfbJ


7월 22일 토요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2시부터 4시까지 장소를 변경해 가며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뜨거운 아스팔트에 앉아 총 다섯 번의 집회를 가졌다. 5차 집회를 하는 동안 교대 교수, 각 학교 교장, 서울교육감도 집회 연단에 올라 선생님들에게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30여 일이 지난 지금, 학교는 개학을 했고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교육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주체가 빠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대부분이었고 선생님들은 여전히 불안한 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사 커뮤니티에는 학부모와 소통하려고 만든 하이클래스 자유게시판에 한 학부모가 담임을 아동학대로 고발하겠다는 내용을 올렸다는 사연이 여전히 올라와있다.

서이초 사건의 조사도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학부모가 담임에게 전화를 한 기록이 없고 악성 민원이라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연필사건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와 소름이 끼친다고 말한 증언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며칠 전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서이초 연필사건' 학부모 4명을 고발했고 일부 부모의 직업이 보도되었다. 한 명은 휴대폰 포렌식 분석 전문 경찰관이었고 한 명은 검찰 소속이었다. 학부모의 직업이 이제야 공개된 것과 통화기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직업과 무관한 것일까.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 교육 현장은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은 각 학교에 공교육 멈춤의 날에 반대하는 서한문을 보냈고 교육부 차관은 그날의 행동을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9월 4일을 학교장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것도 제동이 걸렸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싫어서 책임을 방기 하기 위해서 교육을 멈춘다는 것이 아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49재일을 추모하며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멈추자는 것이다. 교사답게 가르칠 수 있는 권리, 학생답게 배울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5차 집회를 가져왔지만 달라진 게 없는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고 상징적인 날을 만들어 변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더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뛰어난 인적 경쟁력은 교사에게서 나온다. 한국 교사는 모두 학급에서 상위 3등 안에 드는 엘리트지만, 미국 교사의 절반은 하위 3등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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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로 유명한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그의 저서 대변동에서 한 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교사가 되었고 사명감으로 교단에서 버텼던 교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교사들은 월급 인상을 위해서 또는 복지개선을 위해서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을 위한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거리로 나왔다. 서이초 진상 규명을 통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거리에 앉았다. 한 목소리로 실효성있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앞서 말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교사 부족난에 시달리고 소명의식을 가진 교사가 사라지는 교육 현실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모두의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17년 전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는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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