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4시 여의도 켄싱턴 호텔로 가기 위해 용산행 경의선에 올랐다. 시골쥐의 나 홀로 서울 방문이라 혹시 이 길이 맞나 기억하고 확인하느라 친구 선생님들을 만날 설렘에 설레발을 칠 여유도 없다.
결혼 후 분당으로 학교를 옮기고 만난 친구들이다. 우리 딸을 가졌을 때 처음 만났고 서로의 아이들이 유아기 때부터 변연계에 문제가 생긴 사춘기 시절까지 보고 들으며 함께 한 17년 동지애가 남다르다.
각자 사는 지역이 전부 달라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다음 날 있을 집회도 참여할 겸 이번 모임 장소는 서울로 정했다. 집회 장소인 국회의사당 역과 가장 가까운 호텔에 숙소를 잡은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더현대서울과 미쉐린 가이드 맛집 정인 면옥까지 접수하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관광지에 와서 스탬프 투어를 하듯 우리는 야무지게 발로 스탬프를 찍어댔다.
친한 사람들은 어느새 생각까지도 닮아있다. 지금의 답답한 현실과 9월 4일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목이 쉬도록 서로를 지지하는 생각의 공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한 곳으로도 튀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주고받는 티키타카 공놀이가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닮아버린 서로를 거울처럼 마주하게 된다.
다음 날 오전 11시쯤 정인면옥에서 물냉면 두 그릇과 만두, 녹두전까지 시켜 거한 아침을 먹고 있을 때 벌써 1 구역이 차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 집회 참여인원이 10만 명은 넘어갈 거라고 예상했는데 집회 시작 전인 1시 50분에 이미 12 구역까지 마감됐고 그 뒤 여의도 공원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3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지방에서 대절 버스가 수도 없이 올라왔다. 이번 집회가 서이초 막내 선생님의 49재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여서 행사 시간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때론 뜨겁게 눈시울을 붉히며 때론 분노하며...
30만 개 검은 점의 위대함
30만 개의 수많은 점들 중에 우리 셋 또한 3/300000으로 그곳에 30도의 가을 햇살만큼 뜨겁게 함께 했다.
같이 참여한 친구의 반에서는 11명의 학부모님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신청했고 다른 친구의 반에서도 체험학습 신청과 함께 응원의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한다. 우리의 외침이 허공에 흩어져 소리 없이 분사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이런 응원과 지지에 힘껏 분 풍선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집회에 참여한 경찰관님이 커뮤니티에 아래와 같이 글을 남기셨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루어진 집회로 인해 늘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큰데 저런 칭찬의 글까지 써주시니 우리가 매주 모여 뿜어내고 있는 에너지가 서로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달되어 더 큰 힘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받는 위로는 침잠하고 싶은 마음을 더 강한 힘으로 일으켜 세운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멘트에 우리 모두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받는 위로가 이렇게 가슴을 채우는 달콤함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우리가 받은 빛을 누군가에게 더 빛나게 돌려주리라 마음먹게 된다.
오늘 선생님들의 외침이 꼭 가야 할 곳에 닿길, 교실을 바꿀 법안이 마련되길 무모하지 않아야 할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