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하는 의대 광풍의 현실

어쩌다 마주한 현실

by 리인

모두가 같은 목적지를 향해 뛰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로 부딪혀서 상처를 남기고 넘어진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참가자들이 경기에 뛰어든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먼저 도착하기 위해 힘껏 달려보지만 인원을 채운 성문은 닫혀버린다. 남은 참가자들은 다시 출발점으로 터덜터덜 돌아가 달리기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지금 의대를 향해 달리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만 418명이 휴학했고 4대 과기원 이탈자가 작년 기준 43%가 급증했다고 한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의대 또는 약대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타는 장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올해 수능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서 졸업생의 수능 지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의 목적지 또한 의대와 약대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https://m.segye.com/view/20231006512270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1006/121531743/1

공부 좀 한다는 여학생이라면 약대, 공부 좀 한다는 남학생이라면 의대. 요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로진학의 현실이다. 한 때 최고 수재들이 지원했다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같은 순수과학 학과는 생명 관련학과를 제외하고는 인기가 떨어진 지 오래다. 정부가 올해부터 반도체 관련 학과를 신설하면서 지원 학생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약대 광풍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상위권 여학생들의 약대 지원은 거의 불문율에 가깝다. 안정지원으로 생명공학과를 같이 지원하다 보니 생명 관련학과의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유리 천장을 뚫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약대 지원도 이해가 가는 현실이다. 여성으로서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면서 회사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란 어마어마한 슈퍼우먼이라고 해도 조력자가 없다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2024년 반도체 계약학과가 10개교 510명을 모집하여 의약대 경쟁률이 낮아질 거라 예상했지만 광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두 같은 결승점으로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 낙오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기는커녕 또 다른 경쟁자들이 계속 유입된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휴학하거나 자퇴를 하는 경우가 성행하다 보니 편입시장은 편입시장대로 몸집이 커졌다. 대한민국 교육의 악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50469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중간고사가 한창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실시된다. 모두 한 곳을 보고 달린다면 상처받고 넘어지는 참가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작금의 청소년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은 의사, 약사만이 워라밸을 맞추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인가. 이 와중에 R&D 예산마저 삭감되었으니 기성세대인 나도 할 말이 없다.

https://www.mk.co.kr/news/it/10844056

456억의 상금을 위해 미스터리한 게임에 참여하여 몸을 던지는 오징어게임과 지금의 의약대 광풍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공의 문은 넓지 않은데 수많은 학생이 함께 달리는 의대 쏠림 현상에 이 땅의 아들 딸들이 부디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얘들아~ 이런 현실을 만든 어른들이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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