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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Oct 15. 2023

드디어 가평으로 떠난 가족여행

여행은 가보면 더 좋은 것

드디어 지난 주말에 가평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데 성공했다. 지난번처럼 예약을 해놓고 못 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여행 3일 전이 되어서야 숙소를 찾아 나섰다. 내가 숙소를 구하는 조건은 뷰가 좋고 바비큐가 가능하며 산책로가 있는 곳이다. 지역은 가평으로 정하고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검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드는 리조트를 발견했다. 남이섬이 보이는 강 옆에 위치해 있고 강뷰를 즐기며 반신욕을 할 수 있는 대형 월풀 욕조까지 있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서 5분 만에 결제까지 마쳤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딸아이를 픽업하여 가평으로 내달렸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는 가족여행이라 무척 설렜다. 작년에는 고3 수험생이 있어서 올해는 고2 학생이 있어서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진 가족 여행은 맞추다가 만 퍼즐처럼 찜찜하게 남아 있었다. 가족의 시간이 맞춰지면서 마지막 퍼즐도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예상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곧장 바비큐장으로 향했다. 바베큐 그릴과 숯, 집기를 제공하는 가격이 35000원이나 다고 해서 잠시 망설였지만 후기가 워낙 좋아 이용하기로 했다.


짜잔~ 이 리조트의 백미는 바베큐장이었다. 고즈넉한 강을 바라보며 먹는 바비큐는 눈호강과 입호강의 환상적인 조합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최고의 힐링이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바베큐장 뷰가 너무 좋았어요.


남편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적당히 구워 접시에 올려 주고 우리는 아기새처럼 맛있게 받아먹었다. 고기 냄새가 좋았는지 아기 냥이 두 마리도 놀러 왔다. 어포 튀김을 줄 때는 시큰둥하더니 삼겹살을 주니 냉큼 받아먹었다. 웬만큼 먹고 나서는 그릴 밑이 따뜻해서인지 몸을 식빵처럼 네모나게 접고는 꾸벅꾸벅 졸았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엄마의 반대로 인해 집에서 키울 수 없는 우리 집 사람들에겐 반가운 손님이었다.


냥냥펀치를 날리던 귀여운 냥이들

6시부터 시작한 바비큐파티는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와 이야기 나누는 좋아하던 딸이 그동안 시험 때문에 미뤄놓았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으니 장편 영화 두 편의 시나리오는 나오고도 남았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등받이가 없는 벤치에 오래 앉아있으니 허리가 아파왔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일어나서 허리스트레칭을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는 신전동작을 했다. 유연성이 제로에 가까운 나는 허리를 약간 뒤로 편다고 해야 맞을 법 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나를 우스꽝스럽게  따라 했고 우리는 숨이 멎도록 웃어댔다. 유연성 좋은 아빠와 아빠를 쏙 빼닮은 딸은 허리를 심하게 많이 뒤로 젖힐 수 있다. 나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연체동물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과 나의 겸손한 모습을 비교하며 오랜만에 배가 아프도록 한참을 웃었다.

유연한 아빠와 딸. 뻣뻣한 제 모습은 차마 여기에 담지 못했습니다.

밤이 깊어가니 야경도 더 깊어졌다. 남이섬으로 가는 배는 만국기를 달고 신나는 음악 소리를 내며 꽤 늦은 시간까지 아름다운 불빛의 야경을 선사했다.


 남편과 함께 또 아이들만 데리고 여행을 참 많이 다녔었다. 남편과 스케줄이 맞지 않으면 나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도 가고 군산도 갔다. 혼자 계획해서 아이들만 데리고 영국도 프랑스도 다녀올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3년 동안 가족 여행을 멈췄다. 철저한 계획형 여행을 추구하던 나는 어느새 계획이 짐처럼 귀찮아져 여행도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젠 계획한 동선대로 시간에 쫓기며 장소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계획 없이 순간을 즐기며 보내는 것이 다고 느껴진다. 계획할 필요가 없으니 여행이 귀찮지 않다. 여행마저도 빈틈없이 완벽해야 한다면 나에게 여행은 또 다른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을 일처럼 다루지 말고 마음에 맡겨야 온전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가족과 함께해서였을까 물멍을 부르는 저 강물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은 그냥 모든 게 좋았다. 모든 게 다 찬연했다.

리조트와 강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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