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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Oct 20. 2023

이탈리아 마을과 쁘띠프랑스로 마무리한 가을 여행

가을 여행 2편

여행 2일 차 아침이다. 똑 닮은 두 사람은 똑같은 포즈로 깊은 잠에 빠져있고 나 혼자 잠에서 깨어나 가평의 아침을 반갑게 맞는다. 밖으로 보이는 강가에 물안개가 퍼져 하얀 솜이불처럼 산을 감싸주고 있었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강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여기저기 닭갈비집이 즐비했다. 산책로 끝에 남이섬 선착장이 나왔다.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인데 경쾌한 음악 소리와 배를 타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선착장 근처를 둘러보던 찰나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자를 덮어쓰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유튜브로 재즈 음악을 틀고 비 오는 북한강의 안개를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허브티 한 잔에 온 세상 행복은 이곳에 다 담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행복은 공짜가 아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귀다.

행복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프론트에서 쁘띠프랑스 브로슈어를 발견했다. 계획 없이 온 여행에서는 다음 목적지를 안내하는 브로슈어가 친구처럼 반갑다. 어느새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서 이 날씨에 남이섬에 들어갔다가는 진흙탕에 신발이 다 젖을  같아 선뜻 내키지 않았다. 다행히 딸아이가 초등학교때 가봤던 남이섬보다는 쁘띠프랑스에 가고 싶다고 해서 목적지를 그곳으로 정했다. 쁘띠프랑스 바로 옆에 이탈리아마을도 생겼다고 다. 프랑스는 가봤지만 이탈리아는 못 가 본 딸을 위해 우리는 먼저 이탈리아마을로 향했다.


 차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니 이탈리아마을에 금방 도착했다. 쁘띠프랑스를 포함한 통합권을 18900원에 구매했다. 티켓을 보여주고 들어가자마자 약 11m 키의 거대한 피노키오가 웰컴 인형이 되어  팔을 벌려 환영해주고 있었다.



 이탈리아 마을은 다빈치관과 피노키오관이 실내전시관으로 기획되어 있었고 이탈리아의 작은 상점을 재현해 놓은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많았다.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구석구석 탐험하다 보면 시간이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빨리 흘러갔다.

 이탈리아마을 입구 광장에 들어서자 바로 옆 공연장에서 마리오네트 공연이 시작되었다. 빨간 셔츠와 파란  바지를 멋들어지게 소화한 아티스트의 마리오네트 공연은 생각보다 볼만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과 어릿광대 공연 후 프레디 머큐리 공연도 있어 어른들까지 즐거워했다.


다빈치관에서는 이탈리아의 천재 아티스트 겸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습작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별 기대 없이 비를 피해 들어온 곳인데 이탈리아 마을 관장이 이곳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전시물의 질이 상당히 높았다. 다빈치관을 보고 나와서는 딸은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의 앤틱 가구와 소품 구경에 흠뻑 빠졌고 나는 그 시대 그림을 보며 예술적 향기에 취했다.

피노키오관은 동화 속 피노키오 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했다. 고등학생이지만 마음은 어린이인 우리 집 어린이도 무척 좋아하며 눈과 핸드폰에 그 모습을 담았다.

이탈리아 마을에서의 최고의 포토 스폿을 꼽으라면 베니스 가면 가게 옆 유럽풍 골목길이다. 붉은 벽돌바닥과 파스텔 톤 벽은 어느 각도에서든 피사체를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 가족은 각양각색의 베니스가면을 써보면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이탈리아 마을에서 2시간을 넘게 보낸 후에야 쁘띠 프랑스로 이동했다. 남편의 출근 때문에 5시까지는 에 도착해야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도 쁘띠프랑스 후문 옆에 있는 오르골 시연회를 지나칠 수 없었다. 축음기가 없던 시절 중세시대 귀족들은 집 한 채 가격의 오르골을 사놓고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현재 가격도 자그마치 8천만 원!!

가운데 짙은 밤색이 8천만원 짜리 오르골이에요. 소리는 정말 예쁘더라구요


직원나와서 오르골을 하나씩 설명해 주면서 소리도 들려주었는데 우리가 아는 작은 오르골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천상의 소리였다. 그 당시 집 한 채 값을 오르골에 쓴다는 건 지금으로 따지자면 취미로 우주여행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취미로 오르골을 사서 듣는 것까진 좋지만 새를 잡아서 박제한 후 그 안에 기계를 넣어 움직이는 오르골을 보고는 자연을 훔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제한 새가 움직이면서 새소리를 내는 오르골이에요

귀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부의 척도가 되던 오르골은 축음기가 나오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40년 동안 생산되지 않다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작은 뮤직 박스 오르골이다.

역시 역사와 함께 보는 전시는 알고 싶은 욕구를 한껏 충족시켜 주어 다.


 피노키오와 어린 왕자가 있는 동화 속으로 들어가고 중세시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옛 주택과 소품, 그림을 보며 그 시대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쁘띠프랑스의 어린왕자 관
이탈리아 주택을 재현해놓은 건물

시간이 다 되어 쁘띠프랑스는 절반도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남겨 놓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이번 가을 여행은 짧지만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눈 덮인 북한강변은 또 얼마나 예쁠지 다음 여행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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