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Nov 08. 2023

결국 커피는 못 배웠지만

사람과 사람사이

커피를 못 마신다고요?


커피를 못 마신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보기랑 정말 다르시네요.

    

커피는 물론 술도 잘 마실 것처럼 보인다는데 둘 다 마시지 못한다.


나도 누군가와의 만남이 설핏할 때

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들의 취향, 성격을 짐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내가 아는 누군가가 마음이 깊고 진하다는 걸 느끼게 되면

그와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해진다.

운이 좋게도 그중 한 사람이 남편이다.


나를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마음을 느끼면

내가 받은 배려를 꼭 돌려주고 싶어 진다. 그 사람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운이 좋게도 그중 한 사람은 3년째 옆반에서 근무한 후배이다.


친한 친구라고 개인적인 부탁을 세 번 이상 해오면 거절도 못하고 해 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다 세 번째에 용기를 내어 말했다.

너의 부탁이 심부름처럼 느껴져서 조금 불편하다고.

그 후로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버렸다.


아마 누군가를 완전히 알게 되기까지는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나도 커피나 배워볼까.

후배와 브런치를 먹으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마셨다.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오다니.

글쓰기 수업에서 수강생분이 준 커피도 감사히 받아마셨다.

그래도 괜찮네.

남편과 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비웠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커피 세 잔에 3일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내 생활 습관에서 달라진 거라고는 커피밖에 없는데 커피를 잘못 배운 게 분명하다.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이미지대로 살아보려다가

편두통과 불면증으로 3일을 고생하다 겨우 정신을 차렸다.


서로의 예상과 다른 사람이라면 색달라서 매력적이고

서로의 예상과 같은 사람이라면 안정감을 느껴서 편안하지 않겠는가.


상대가 갖는 나의 이미지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쇠를 녹슬게 하는 악동 같은 산소지만

숨을 쉬게 해주는 고마운 산소로 알고 지내듯

서로의 좋은 점을 발견해 주고

귀하게 여기는 친구가 되어 준다면

그걸로 족하다.


커피 배우는 건 실패했지만

커피 향 같은 친구가 되는 건 도전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카스테라 기계를 아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