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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Nov 10. 2023

나를 바꾸고 싶다면 환경을 바꿔라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말고 환경을 바꿔라

  - 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


여러분은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아니면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나는 천성이 게으른 사람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고해성사냐고 하겠지만 오늘은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특별한 일이 없거나 쉬는 날에는 항상 늦잠을 잤습니다. 눈을 떠서 10시를 넘겼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어쩌다 잠이 설핏 깨면 잠이 달아날까 봐 눈을 꼭 감은채 내가 원하는 꿈을 꾸려고 애를 썼습니다.


 집에 있으면 소파에 누워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소파에 누워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안내해 주는 영상을 시청할 때가 제일 속편 했습니다. 누워서 TV 보기도 좋아했습니다. 집에 오면 TV부터 켰으니까요.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 토크쇼, 드라마 모두 챙겨봤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시작하면 마지막 회가 끝날 때까지 다 봤습니다.


 걷기도 운동도 싫어했습니다. 10분 이상 걸어야 한다면 차을 타야 하고, 마트에 가면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운동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등산은 제일 싫어하는 운동 중 하나였습니다. 울퉁불퉁한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다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느 날 이런 내가 싫어져서 나를 바꾸고 싶어 졌습니다.


 그땐 스피노자도 쇼펜하우어도 만나지 못했을 때인데 무슨 계기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그 앞에만 앉았다 하면 사과를 베어 먹듯 시간을 삼켜버리는 TV부터 끊기로 했습니다. TV를 안 보려고 케이블을 끊었지요. 아차 그런데 핸드폰이라는 강적과 유튜브라는 초강적이 있더군요. 2G 폰으로 바꿔볼까도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 앱을 삭제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접속해야 하니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유튜브 앱을 삭제하긴 했어도 네이버를 통해 접속하는 나를 보고 의무적으로 할 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에서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글을 더 쓰고 싶은데 타고난 게으름 때문에 실천을 못하고 있던 터라 얼른 가입을 했지요. 일주일에 두 번씩 글을 써야 하니 매일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글을 끄적거리게 되었습니다. 할 일이 많아지니 유튜브와도 자연히 멀어졌습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필라테스에 등록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1년 넘게 다니다가 무릎이 아파서 그만뒀습니다. 운동을 쉰 채로 시간을 보내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간단한 근력운동, 명상, 독서, 따뜻한 티를 마시면 좋다고 하더군요.

 그러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했습니다. 다행인 건지 서글픈 건지 나이가 드니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깨서 6시에 일어나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퇴근하고 오면 피곤해서 안 하게 되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플랭크를 비롯한 근력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TV와 유튜브를 안 보기로 결심은 했는데 타고난 호모비디오쿠스인지라 영상이 보고 싶더군요.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미국드라마를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OTT 1년 구독을 싼 가격에 할 수 있다고 제안해서 구독을 했지요. 그중에서 'This is us'라는 드라마를 추천받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말하는 속도도 적당하고 감동적인 가족드라마라서 하루에 한 편씩 아끼며 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자막으로 한 번, 영어자막으로 한 번, 두 번씩 보며 영상 욕구를 충족합니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못 견딜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가 아니라서 좋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북한산 등반 모임에 합류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간다고 하니 수다나 떨자고 갔는데 산에서 느끼는 기쁨이 이렇게 클지 몰랐습니다.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정상에서 산새를 영접한 순간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집니다.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고 하루에 지문 1개를 해석하고 녹음해서 들으며 운동을 합니다.


  TV 케이블을 끊고, 유튜브를 삭제했다.

  글쓰기 모임과 북클럽에 가입했다.

  아침운동을 시작하고 등산 모임에 가입했다.

  영어회화 학원에 다니고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나의 환경을 바꾸고 새로운 일들을 하나씩 시작하다 보니 내게 생긴 변화들입니다.

영어공부를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니 소파에 누워있을 시간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더 바빠졌는데 덜 피곤합니다. 더 움직이는데 더 생기 있어졌습니다.


나를 바꾸는데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나의 상태를 인정했습니다. 나는 게으르고 중독성이 강하고 귀찮아한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두 번째는 같이 할 사람을 찾았습니다. 나 혼자서 나를 바꾸는 건 힘든 일이니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아보았습니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세 번째는 의무적으로 과제를 해야 하는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써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토론을 해야 하는 모임에 들어갔지요. 자발적인 강제성은 나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무기력하고 게으르고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 본성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의 환경이 달라지니 다른 나로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좀 게으르게 살면 어때하고 말합니다. 게으르게 살아도 될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거나 게으르게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그래도 되겠지요. 저란 사람은 그렇게 살아보니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더 무기력해지고 운동화에 자갈하나가 들어간  것처럼 찜찜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는 부지런해졌다'라고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사니 내가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인생 뭐 있어? 행복하게 살아야지. 맞습니다.

내가 행복한 대로 사는 게 정답입니다.

환경을 바꾸고 내가 바뀌니 좀 더 행복합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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