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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나들이 Dec 01. 2023

준비한 만큼 더 행복해지는 일상

미루지 않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



 우리 집 12월 달력은 동그라미가 많습니다. 남편과 친정아빠의 생일이 5일 간격으로 있거든요. 남편이 해외출장이 잦다 보니 아빠 생신을 위해 약속을 잡고 내려가려면 한 달 전에 미리 휴가를 내야 합니다. 우리 가족 스케줄, 친정 오빠네 식구들 스케줄을 고려하다 보면 시간 맞추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귀찮아서 일을 미루면 그야말로 스케줄이 꼬여 버립니다.


 올해는 아빠의 팔순이고 나도 휴직을 하고 있는 터라 꼭 내려가고 싶어서  한 달 전부터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12월 2일 토요일로 가족들의 시간을 맞추고 남편도 한 달 전에 휴가를 냈습니다. 시험기간인 딸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은 내려가지 않고 남편과 나만 내려가기로 했지요.


생신 식사를 하기 일주일 전, 친정 오빠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혹시 아버지 생신 날짜를 그다음 주로 좀 바꿀 수 있나? 그날 처가에서 김장을 한다는데."

그래서 한 달 전에 가능여부를 묻고 조율을 했건만 마지막에 또 시간약속에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다음 주 주말에는 남편이 출장이 있어 안 되는 상황이라 바꾸는 게 불가능했지요. 4번의 통화 끝에 날짜를 하루 앞당겨 12월 1일 금요일에 만나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남편 생일을 위해 우리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을 맞추는데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남편의 생일 주간에 딸은 기말고사 기간이고 아들은 기숙사에 있으면서 토, 일 모두 하루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니 주말에 식사를 위해 시간을 잡는 게 힘듭니다. 남편의 생일 이전에 애들과 남편이 가능한 시간을 모두 맞추다 보니 12월 1일 금요일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결국 점심때는 부산에서 아버지의 팔순 생신 식사를 저녁때는 일산에서 남편의 생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의 생일식사를 점심, 저녁으로 하게 되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점심은 한정식 집에서 푸짐하게 먹고 저녁은 중국집에서 코스요리를 두둑하게 먹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나도 아빠를 위해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하고 아들도 아빠를 위해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했는데 퀄리티가 어찌나 차이가 나는지요. 같은 가격을 주고 했는데도 꼼꼼하게 알아보고 한 아들과 대충 네이버를 검색해서 주문한 나의 결과물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그래도 나에게 두 이벤트의 시간 조율이 가장 큰 숙제였는데 둘 다 성공적으로 끝나 감사했지요.

 엄마도 아빠도 장소 선정과 팔순 상차림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계속 칭찬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남편은 아들이 준비한 케이크에 감동하여 아까워서 못 먹겠다며 상자에 다시 고이 집어넣었습니다. 아들도 시험기간이라 공부를 하다 말고 아빠를 위한 케이크를 직접 그려서 의뢰를 했다고 하네요.


아들과 가 각자의 아빠를 위해 준비한 시간이 그들에게 행복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가족애가 차오릅니다.


 미루는 사람의 인생은 언제나 잔잔하게 불행하다

-힘든 일을 먼저라라, 스콧 알렌-


지인들에게  글을 보여주니 다들 자기 이야기라며 공감합니다. 대부분 자신의 일을 조금씩 미루면서 살지요. 맡은 역할이 많다 보니 해야 할 일도 많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뒤로 밀리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는 할 일이 많아서 일을 미루기보다 귀찮아서 하기 싫어서 미루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 언급한 네 가지 원칙을 생각하기로 했지요.  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니 어떤 일을 먼저 하는 게 좋을지 답이 나오더라고요. 저에게는 가족과 건강에 관련된 일이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아빠를 위해 준비한 생신파티를 하며 아빠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아마 아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미루는 인생이 잔잔하게 불행하다면

미루지 않고 준비하는 인생은 옆에 있는 사람들 몫까지 찬연하게 행복할 겁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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