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나들이 Nov 24. 2023

게으른 사람도 나만의 필살기 음식을 가지고 싶다.

새로운 샌드위치에 도전하다.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플로이드 델-


 제가 가끔 찾아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편스토랑'입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편의점에 출시될 음식을 뽑는 경연에서 아이디어와 실력을 뽐내지요. 이영자, 류수영, 윤은혜 등 수많은 금손 연예인들이 나와서 화려한 요리를 선보였지만 가수이자 배우인 이정현 씨의 요리는 항상 제 마음 속 요리 불씨를 당깁니다.

 어느 날 그녀가 남편 직장에 있을 행사를 위해 디저트 30인분을 만드는 걸 보고 그녀의 아이디어와 멋진 요리에도 감탄했지만 남편을 위해 그 많은 음식을 직접 만든 정성에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눈도 입도 즐겁게 하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디저트를 대접받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대리만족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 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양소도 풍부하고, 야채도 들어있고, 만들기 어렵지 않고, 먹기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고민 끝에 낙점된 음식은 샌드위치였습니다.


 유튜브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영상 5개를 골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며 샌드위치 간의 공통된 재료와 특이한 재료를 파악했습니다. 그중에서 내 마음을 끄는 샌드위치는 클럽 샌드위치였습니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재료를 척척 올리고 랩에 싸서 칼로 쓱쓱 썰면 알록달록 예쁜 샌드위치가 완성되더군요.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곧바로 재료를 사 왔습니다.


 재료를 싱크대 위에 쭉 늘어놓으니 갑자기 비트코인 부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든든합니다.

식빵은 토스트기에 굽고, 계란은 프라이팬에 굽고, 토마토는 썰어서 물기를 닦고, 양상추는 씻어서 물기를 빼두었습니다. 그리고 호기롭게 오이피클까지 만들었습니다.

 식빵, 햄, 오이피클, 계란, 체다치즈, 양상추, 토마토를 준비하고 첫 샌드위치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소스는 머스터드소스와 마요네즈, 꿀,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섞었습니다. 시험적으로 만들어 본 샌드위치는 제 입맛 기준으로는 피클의 신맛이 강했고, 아질산나트륨이 들어있는 햄을 넣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단맛이 조금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햄과 오이 피클을 과감히 뺐습니다.

식빵 양쪽 모두 소스를 바르는 대신 한쪽에는 소스를 한쪽에는 잼과 소스를 섞어 발랐습니다.

햄을 대신해 리코타치즈에 건블루베리를 넣은 뒤 빵에 발랐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 같은 맛이 살짝 감돌면서 양상추와 블루베리가 씹히니 식감도 좋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재료도 비슷하지요.


 그렇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빵집에서 파는 샌드위치보다 맛있다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니 만든 보람을 느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은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고 맛있다고 해주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남편은 머리가 좋은 것 같습니다. 내가 먹어도 맛이 좀 애매한 음식을 언제나 맛있다고 하면서 내가 요리를 계속하도록 부채질 하지요.

 가족들에게도 만들어주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나누어주니 다들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나만의 필살기 음식이 생긴 것 같아 뿌듯했지요.


 올해 수능이 다가오면서 수험생이 있는 집에 뭔가 특별한 응원의 선물을 할 게 없나 고민하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신메뉴를 개발해 보기로 했습니다. 리코타치즈대신 얇은 목살을 구워 넣어 목살 샌드위치를 만들어보았지요.

식빵 위에 재료가 빠져나오지 않게 조심스럽게 쌓은 후 샌드위치를 랩으로 꽉꽉 눌러 쌉니다.  두 조각으로 잘랐을 때 나오는 빨간 토마토와, 푸른 양상추, 노란 치즈와 하얀 계란이 어우러진 단면을 보는 순간은 언제나 설렙니다. 짜릿한 기분마저 듭니다. 나의 노고가 보상받는 느낌이랄까요.



 샌드위치용 통을 사서 샌드위치를 담고 빨간 리본으로 장식도 했습니다. 파리ㅇㅇㅇ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비교했을 때 비주얼이 뒤지지 않아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갑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초코 아몬드도 사고 엽서도 적어서 샌드위치와 함께 종이 가방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올해 수능을 보는 두 집에 배달을 하고 내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친구에게도 전해주었습니다.


 배달을 마치고 오는데 카톡이 울렸습니다.

"고마워요. 감동이에요."

수능 선물을 받은 언니가 보낸 카톡이었습니다.

"언니한테 받은 게 더 많아요."

답을 보내자마자 기프티콘이 날아옵니다. 스타 ㅇㅇ 커피와 케이크 쿠폰이었습니다.

"아이고, 언니, 이건 반칙입니다."


샌드위치를 받은 언니는 기프티콘을 보내 저를 적잖이 당황시킵니다. 그저 맛있게 먹어주면 되는 것을요.

남편과 맛있게 먹겠다고 인사를 하고 염치없이 기프티콘을 받았습니다.


학교 가는 아들에게도 친구들과 나눠먹으라고 샌드위치 3인분을 싸서 들려 보냈습니다.

"엄마, 목살 들어간 거 진짜 맛있어요."

오후가 되니 카톡이 왔습니다.

역시 남자애들은 어떤 음식이든 고기가 들어가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습니다.

한 명은 기숙사 책상에 앉아서 한 명은 침대에 앉아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 물기 직전의 사진이었습니다. 한 아이는 웃으며 손으로 엄지 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맛있다고 너무 감사하대요."

스무살 청년들이 왜 이리 귀여운지요.

"귀여운 것들. 맛있게 먹었다니 기분 좋네."

"애들이 진짜 좋아해요."


나만의 필살기 간식 만들기는 나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요리를 지금보다 잘하지 못할 때 귀찮아서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만들면 늘 맛이 별로였습니다. 나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10분의 시간을 투자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군요. 우리 삶에서도 어떤 일이 귀찮다고 대충 하면 결국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해야 하거나 원치 않은 결과물을 받고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청사진을 미리 그리고 제대로 준비하는 시간은 일을 더디게 하는  아니라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이지요.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놀 때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내게 중요한 일이라면 시작하기 전 조금만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도 결과물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은 더 올라가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게으름보다 어떤 것을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전 03화 감자탕을 끓이면 게으름을 피워도 괜찮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