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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장 강해졌을 때가 언제인지 아니?

by 리인

아이야,

엄마가 가장 강해졌을 때가 언제인지 아니?


네가 초등학교 때, 엄마는 허리 디스크가 심해서 제대로 앉지도,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기만 했어.

생을 살면서 그때가 몸도, 마음도 가장 약해졌던 순간이었단다.


일주일 만에 겨우 일어나 병원으로 가는 길에 엄마는 찌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춰야 했어.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두려움을 이겨 내야 했지.


그때였어.

엄마의 신체와 정신에 강한 것을 입혀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

엄마의 몸에 플랭크 동작을 입히기 시작한 것이.


매일 5분 동안 엄마의 몸엔 아이언 맨 슈트가 입혀져.

팔뚝은 전에 없이 단단해지고 배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지.

엄마 평생 이렇게 몸이 강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온몸이 강철로 변하는 순간이야.


처음에는 30초도 버티기가 힘들었어.

꽉 조이는 갑옷을 입은 것처럼 숨 쉬기도 힘들었지.


하지만, 가장 약했던 순간으로 돌아가기 싫은 간절함이 컸어.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가슴 저 밑바닥부터 차올랐어.

아이언 맨의 주인공도 자신이 납치되었던 가장 약한 순간에 가장 절박했고,

취약함에서 자신을 구출해줄 수 있는 아이언 맨 슈트를 만든 것처럼 말이야.


환경에 의지로써 대응하는 능력은 오직 이성적 존재에게만 주어져 있으며 나머지 존재들은 오직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마는 그때부터 매일 운동을 했어.

빠지는 날도 있기도 했지만, 벌써 10년 넘게 매일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네.


처음엔 플랭크만 하다가 다른 동작 몇 개를 보태면서 운동시간이 10분이 됐어.

근데 총 운동 시간은 20분이다.

아이언 맨 슈트를 입는 시간은 10분인데,

슈트를 느슨하게 풀어서 몸을 이완시키는 시간도 똑같이 10분이야.


항상 몸을 조이고 긴장시키면 힘을 끌어낼 수 없어.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고, 근육을 이완시켜.

유연해진 근육에 다시 중력의 압박을 몸전체로 느끼는 걸 반복하지.

힘을 빼야 계속해서 힘을 낼 수 있는 거잖아.


몰아붙이며 최대치의 집중에서 힘을 빡 주다가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릴랙스 하는 순간도 주고.

힘 뒤에 놓아줌, 놓아줌 뒤에 힘, 이 균형을 가져가야 나를 조절하는 주인이 되는 거야.


늘 이완하고 쉬는 생활만 하다 보면 나태의 괴물과 협작 하게 되고

늘 긴장하고 집중하는 생활만 하다 보면 일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거지.


내 몸을 적당히 가지고 놀면서 단련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아무튼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도, 약을 먹은 것도 아닌데,

아이언 맨이 된 20분 덕분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어.

거기다 엄마의 배와 허리에는 단단한 근육이 ‘힘의 보상’으로 남았지.


너도 알다시피 엄마는 걷는 걸 정말 싫어하고 운동은 더 싫어하는 사람이었잖아.

아빠가 엄마를 위해 주차는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하고.

우리 가족이 공원에 함께 갔을 때도 너희들은 아빠와 뛰어놀고 엄마는 돗자리에 앉아 있고.


통증으로 인해 가장 약해지는 시간을 겪은 덕분에 엄마의 삶에 없던 운동이 내게 왔지.


엄마가 가장 약했던 순간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계기가 됐고

엄마를 강하게 만드는 순간으로 탈바꿈했어.


약함에 좌절하거나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강함을 마주할 수 있었단다.


그러니, 세상이라는 청소기에 흡입될 것 같은 너의 ‘약함’을 마주한 순간,

강함을 만날 기회라는 걸 기억하렴.


네 몸을 얼어붙게 하고, 네 시간을 베어 먹는 고통의 괴물을 만나는 순간,

네 속에 잠재된 ‘강인함’을 부를 기회라는 걸 자각하렴.


당신을 조종하는 것은 내면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힘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그것은 말의 근원이며 생명의 원칙이다. 즉 인간 그 자체인 것이다.*


너를 강하게 하는 건 너의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힘이란다.

약함의 안개가 짙을수록, 네 안에 더 강한 힘이 숨어 있단다.

그것이 너 자체(self)란다.


운동을 싫어하던 엄마가 운동의 힘을 발견한 것처럼.

지구력이 없던 엄마가 꾸준함을 발견한 것처럼.


엄마는 저녁을 먹고 나면 곧바로 운동화를 신고 나간단다.

걷다가 뛰기도 하고. 뛰다가 걷기도 해.


허기를 채우고 미각을 즐겁게 해 준 음식을 소화시키고 나면

책상에 앉아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고 지혜의 감각을 깨워줄 책 속 문장과 대면하지.


요즘은 이런 일상이 엄마의 신체와 정신의 근육을 늘리고 힘을 비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네 안의 또 다른 너!

약함 속의 강함!

맘 속의 힘!

이런 것들을 발견하는 짜릿함이 있단다.

삶은 매일 새로우니까.


사랑한다.

아이야.


* 명상록, 아우렐리우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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