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여행에서 노란 곱슬머리에 주근깨가 귀여운 네 살 꼬마를 만났다.
꼬마는 수영장 바닥으로 내려갔다 헤엄쳐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목욕할 때마다 물속에서 숨 참는 법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조그만 몸이 가라앉았다 떠오르는 모습이 신기해 박수를 쳤다.
아들과 친구가 된 꼬마는
아들에게 잠수를 가르쳐줬다.
말머리마다 "Come on"을 외치며
물속에 가라앉은 친구의 용기를 건져 올리려 애썼다.
꼬마의 가족과 우리 가족이 함께 식당으로 이동할 때,
꼬마는 앞서 가서 문을 열고는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문을 잡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흘 내내 그랬다.
꼬마가 문을 잡고 있던 장면에 겹쳐
꼬마의 시선과 마음이 보였다.
한 사람을 느끼는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라 작은 순간이다.
작은 순간으로
상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내게 오고,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에게 간다.
그 이후부터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이 올 때까지
문을 잡고 있기 시작한 것이.
문을 잡고 있는 몇 초 동안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고 과분했다.
기다리는 나를 위해 잰걸음으로 달려오는 사람,
꾸벅 인사를 하는 사람,
"고맙습니다."하고 말하는 사람,
머쓱한 웃음을 짓는 사람.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도
긴 시간이 아니라 작은 순간이었다.
다짐을 주는 건
강한 햇빛이 아니라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햇빛 한 줄기였고,
마음을 밝히는 건
밝은 가로등이 아니라 멀리서 빛나는 작은 별 하나였다.
전체는 하나의 작은 부분에서 변화하고 만들어진다.
꼬마가 일곱 살이 됐을 때,
꼬마의 엄마는 두 살 된 흑인 여자 아이를 입양했다.
여자 아이의 친모는 고등학생이었고,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되었다.
꼬마는 엄마에게 물었다.
"캔자스는 내 동생인데 왜 피부색이 어두워?"
꼬마의 엄마가 대답했다.
"네가 주근깨가 있는 것처럼 캔자스는 피부색이 어두운 거야."
꼬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를 대하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드러난다.
상황을 대면하는 행동 하나에
진심이 드러난다.
작은 언행이 모여
심성이 만들어지고,
삶의 순간이 모여
삶의 전체가 만들어진다.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작은 순간의 비가
삶에 스며든다.
"엄마, 타이 생각나요?"
스무 살이 된 아들이 물었다.
"어, 당연히 생각나지."
"나는 타이가 어떻게 자랐을지 제일 궁금해요."
나도 궁금하지만 선연히 그려진다.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문을 잡아주던 꼬마의 마음 따라
겹겹이 쌓였을 시간이.
며칠 전, 도서관에서 한 여성분이
뒤에 오는 나를 위해 문을 잡아 주었다.
나도 웃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2026년 봄, <삶의 모든 순간은 나를 위해 찾아온다>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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