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by 이루비

앞에 얘기했던 내 옆에 앉아 있던 4~50대 여성분을 기억하는가.

상처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며 따님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은 어머님을 보았는데 상심에 힘들어 보이셨지만, 따님과 이야기하다 방긋, 이쁜 웃음을 지으셨다.


순간 그 웃음이, 참으로 찬란하고 이쁘다. 생각했다.

정말 힘든 시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신발을 벗고 맨발로 땅에 서서 이대로 죽었으면 하는 순간에 내게 나온 건 웃음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이런 상황의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그래도 살아야 된다, 살아내야 한다라고 생각할 때,

버스를 타고 가다 생각한 것은 ‘미소를 지어볼까’였다.


모든 것은 에너지이기에, 내 에너지를 높이는 것밖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입꼬리를 강제로 위로 올려 미소를 지으니 내 인생이 어찌 됐건 흘러가고 있단 것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지금 평범하고 괜찮아 보이겠지’란 생각도 든다.

그렇게 미소를 계속 짓고 있으면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던 원래의 나가 슬며시 등장한다.


고귀하고 우아한 영혼


나는 미소를 지으면 머리부터 아래로 쭉 등을 타고 온몸의 세포가 진동하는 것을 느낀다.

세포의 탁한 기운들이 다 빠져나가듯이 정화 반응처럼 일어난다.


실제로 나의 에너지 장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구나. 그렇게 몸으로 알아차린다.

애초에 영혼의 본질은 이 미소와 닮아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의 영혼은 부처의 미소 띠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내 영혼에, 근원에, 참나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미소가 아닐까.


다시 미소를 지어본다.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은은한 미소의 힘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세상으로 뻗어가는 노래가 단조에서 다시 장조로 흐른다.

조금, 조금씩 회복한다.

평정심이 찾아지며 주변의 공기가 따뜻해진다.

여기 이곳이 안전하고, 넌 이대로 괜찮다고 얘기한다.

그냥 이렇게 있으면 다 괜찮아진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미소를 머금는다.


그렇게 평온해진 상태에서 다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도 든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도 느껴진다.

삶이 날 버리지 않았단 것을, 사실은 내가 스스로를 버리지 않았단 것을 미소를 지으며 알아차린다.


나 자신을 위한 미소,

나의 그 따뜻한 미소를 고이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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