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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쿠션

by 그린토마토

오늘도 아이들과 감사일기 세 줄을 썼다. 아이들과 강제적으로? 감사일기 쓰기를 하는 것이다. 감사일기 세 줄을 쓰는 사람에게는 학급복권(매달 말에 뽑는다)을 준다. 그리고 감사일기는 주기적으로 검사를 한다.


학기초에 감사일기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감사가 왜 중요한지를 얘기해주었다. 몸이 넘어질 때 맨바닥보다는 쿠션 위에 넘어지면 덜 아프듯 마음에도 그런 쿠션이 필요하다고. 감사는 마음의 쿠션이라고.


얘들아, 마음에도 쿠션이 필요해. 그 쿠션이 감사야!


이 말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와닿을지 잘 모르지만 우리반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감사일기를 묵묵히 썼다. 사실 감사일기 쓰기는 아이들을 위하는 것도 있었고 나를 위하는 것도 있다. 나도 아이들과 똑같은 공책을 사서 같이 써나갔다. 아이들 덕분에 나도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이 쓴 걸 참고하여 적기도 했다. 아이들은 나보다 더 진솔하고 감사에 대해 더 잘 알았다. 하지만 하루는 너무 바빴다.


8시 40분까지 온 아이들은 8시 55분까지 독서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아이들과 나의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쉬는 시간 십분은 아이들에게 달콤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또 얼마나 빠른지.


결국 이틀은 감사일기를 빼먹었다. 아쉽다. 감사할 일 여섯가지를 놓친 것이다. 그래도 또 써야지. 오늘도 써보자.


<감사할 일 생각하기>


학교에 오는 길에 친구를 만나 감사합니다: 나는 아이가 쓴 이 구절을 읽고 아주 잠시나마 내 친구를 생각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었던 친구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것 만으로 힘이 되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간절히 바랐던 내일인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감사합니다: 따뜻한 햇볕을 쬘수 있는 건 축복이었다.

교실과 아이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그런 공간이 있다니. 그 덕분에 나는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끼리는 눈만 마주쳐도 웃었다. 그 모습이 예뻤다.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가득한데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나는 아이들과 감사일기를 적으며 감사를 발견하고 오늘 하루도 살만하다는 것을 한번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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