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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토마토 Sep 04. 2023

선생님, 미안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서이초 선생님 49제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모릅니다. 언론을 통해 처음 선생님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출근길을 떠올려봅니다. 정문을 지나 교실까지 걸어가셨을 그 길을 상상합니다. 봄이면 벚꽃이 흩날렸을테고 여름이면 초록색 잎들이 한가득 선생님의 출근길을 반겼을겁니다. 가을이면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지요. 가을에는 단풍들이 물들어 선생님을 맞이했을겁니다. 겨울에는 소복히 쌓인 흰 눈과 함께 출근하셨겠지요? 선생님은 사계절 그렇게 변함없이 학교로 향했을겁니다.


  선생님이 중앙현관을 지나 실내화를 갈아신고 아이들과 인사하며 복도로 들어가는 길도 떠올려봅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는 뒷모습을 생각합니다. 교실안의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며 아이들 맞이를 하는 선생님의 표정은 분명 밝고 아름다우셨을겁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선생님의 밝은 미소가 사라졌을까요? 선생님의 목숨마저 사라졌을까요?


  선생님, 저도 선생님처럼 참으면 되는 줄 알았고 내가 부족해서 뭔가 안되는가보다 자책을 한 적도 있습니다. 삼월부터 숨이 막히는 아이를 만나고 어떻게 일년을 버틸까 한숨쉬며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올해 운이 나빠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서 눈물을 삼킨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견디면 되겠지 하고 그렇게 꾹꾹 참으며 보낸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 때 좀더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혔다면, 나만 견디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좀더 나섰다면 선생님은 여전히 살아있을텐데 하는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착하고 순종적으로 살아온 선배교사로써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선생님에게 너무 미안하여 구월 이일 서울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선생님의 옛 동료들, 친구들이 나와서 읽는 편지를 들으며 함께 울었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했던 사람인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인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환한 웃음을 주고 다른 이의 마음도 환하게 물들였던 사람이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선생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선생님 친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 마음도 선생님의 환한 미소로 채워지는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우리 곁에 작은 꽃잎처럼 왔다가 사라져버린 현실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님,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 교실의 창가에 선생님이 키우던 토토는 시들었지만 하늘나라에서는 다시 건강하고 싱싱한 토토를 키우며 평안하고 행복하시길 빌어봅니다. 그곳에서는 가르치고 싶은 것 마음껏 가르치시길, 그 가르침에 어떤 장애물도 없기를 바라봅니다. 막내 선생님, 잘 가세요.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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