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콘서트 '산책'은 어땠나요?

by 그린토마토

그날, 김동률 콘서트를 가던 11월 14일 그날, 나는 어느 때보다 바쁘고 들떴다. 새벽부터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집에 있을 가족들을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콘서트를 마친 뒤 친정에 가야 했기에 내 짐도 챙겨야 했다. 또, 금요일이었기에 학교 근무도 했어야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낸 뒤 기차역으로 서둘러 갔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콘서트 시작 1시간 반 전에 kspo dome 근처에 도착했다. 꿈만 같았다.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을 사서 먹으려는 찰나, 교감선생님의 전화까지 받았다. 바쁜 일은 한번에 생긴다더니 평소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어쨌든, 나는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학교 일을 전화통화를 하며 마무리했다. 다행히 콘서트장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출근길에 듣던 김동률의 노래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나는 그때부터 그의 노래를 꾸준히 들었다. 봄에는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여름에는 '여름의 끝자락', 가을에는 '오래된 노래', 겨울에는 '산책'. 어디 그뿐인가. 우울한 날엔 '황금가면', '감사', '출발', 생각이 많은 날엔 '기억의 습작' '사랑한다 말해도' 등등. 그러곤 김동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에 가입을 하고 가끔 올라오는 글들을 읽으며 소심한 덕질을 했다. 언젠가는 그의 콘서트를 직접 보리라 마음먹으며.


물론 생각보다 마음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마음먹고 티켓을 끊게 되어 가게 된 것이다. 혼자 갔기에 소심하게 입구 사진과 무대 사진 몇 장만 찍었지만 입장할 때 핀 배지도 받고 콘서트장에서 직접 보는 산책 콘서트 포스터 사진이 좋아 마음이 금세 훈훈해졌다.

김동률의 콘서트는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조화를 이루었다.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에 흠뻑 젖어드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콘서트장은 클래식 공연장처럼 차분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콘서트에 온 모든 이들이 예의를 지키며 콘서트를 관람했다. 매너를 지키는 팬들의 모습에도 감동을 받았다. 직접 피아노를 치며 부른 '첫사랑'. 나는 가사보다 김동률 가수가 부르던 후렴구 '우우우'가 인상적이었다. 또 2부 뮤지컬 공연 같은 느낌은 정말 뮤지컬을 한 편을 보는 듯했다. '황금가면'을 부르며 살짝 춤을 추던 김동률 가수의 모습도 너무 재미있었다. 친구 서동욱 씨를 추모하는 노래에서는 함께 마음이 숙연해졌다.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콘서트를 보는 내내 중간중간 울컥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나와 청춘의 시간을 거의 함께 한 김동률 가수에 대한 존경심, 여전히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또 남은 인생을 함께 잘 이어가 보자는 동지애 같은 것이었다.

콘서트를 다녀온 뒤 한동안 유튜브에서 '김동률 콘서트 셋 리스트'를 들으며 콘서트에 갔던 여운을 달래었다. 김동률 콘서트는 내게 앞으로 또 열심히 살아보자는 또 다른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그래, 그의 좋은 음악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힘을 내는 것이 또 인생인 거다. 가끔 나의 최애인 그의 팬카페를 들르고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책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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