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치즈는 나무 데크에 둔 먹이를 먹으러 왔다. 나는 외출할 때 먹이를 놓아두고 갔다. 가장 골치아픈 건 비가 올 때였다. 먹이가 밥그릇에 있는데 비가 와 버리면 사료는 물에 퉁퉁 불어버렸다. 할 수 없이 치즈가 비를 피하며 먹이를 먹을 수 있는 플라스틱 상자를 샀다.
그런데 어라, 플라스틱의 미세한 틈 사이로 비가 또 들어왔다. 다시 사료는 물에 불었다. 게다가 빗물이 상자 위에부딪히는 소리도 커서 윗집에 혹시 들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안되겠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다시 인터넷을 뒤졌더니 투명 비닐 하우스가 있었다. 그 안에는 길고양이 미니 집도 들어갈 수 있었고 사료도 놓아줄 수 있었다. 나는 좀더 신경을 써서 미니집이 젖지 않도록 그 밑에 까는 플라스틱 발판도 샀다.
주문한 물품이 온 날, 플라스틱 발판을 놓은 뒤 그 위에 미니집을 올렸다. 미니집 안에는 쿨매트도 깔았다. 그리고 미니집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비닐 하우스도 설치하고 집 옆에 사료도 놓았다. 나는 비가 오는 날만 기다렸다. 비가 오면 치즈가 사료도 먹고 비를 피하기 위해 미니집안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드디어 비가 왔다. 치즈는 예상대로 비가 와도 비를 피하며 먹이를 먹으러 왔다. 나는 거실에 앉아 치즈가 비닐 하우스 안에 들어가서 먹이를 먹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치즈는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먹이를 먹었다. 그리고 미니 집의 냄새를 맡고 안을 보더니 그 안으로 쏙 들어갔다. 아. 내가 꿈꾸던 모습이었다.
길고양이 치즈에게 물에 불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그 고양이가 잠시라도 쉴 수 있는 비 안 새는 집을 마련해주는 것. 나의 소소한 꿈이 이루어졌다. 물론 다른 고양이들도 먹이를 먹으러 오기에 치즈가 오래 집안에서 쉬지는 못했다. 치즈는 먹이를 먹으면서도 다른 고양이가 올까봐 경계하고 귀를 쫑긋 세웠고 먹이를 먹으면 도망치듯 사라지기 바빴다. 그랬기에 그 집이 온전히 치즈의 쉼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하나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기뻤다. 그 누군가가 아주 가끔 마주치는 길고양이라고 하더라도. 베란다 유리 너머로 눈만 바라보고 한번 만져보지 못하는 떠돌이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존재에게든 아주 조금 삶의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치즈를 유리창 너머로 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