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며 거실에 앉아있을 때, 갑자기 야외 나무 베란다에 새들이 날아왔다. 한 두 마리 정도면 그러려니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곧 열 마리가 넘는 새가 날아왔다. 물론 그들이 모여오기 전에 이상한 일이 있긴 했다. 새 한 마리가 야외 나무 베란다 옆의 나뭇가지에 앉아서 목청이 찢어질 듯 날카로운 울음을 울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평범하게 우는 새소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울음 뒤로 한 마리, 두 마리씩 모여들었던 것이다.
나는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 무서워 베란다 유리문을 열지 못했다. 유리문 너머로 그들이 하는 모양새를 관찰하였다. 그들은 모여들어 길고양이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은 뒤, 어딘가로 모두 날아갔다. 나는 그들이 날아간 뒤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새들이 잠시 왔을 뿐인데 나무 데크에 새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겨울철에 먹이가 없어 배고픈 새들은 길고양이 사료를 먹이로 먹었던 것이다.
새들이 안타깝긴 해도 나무데크에 새똥이 떨어져 있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그래서 플라스틱 상자 안에 잘보이지 않는 곳에 사료를 넣어두었다. 새들의 눈에 안 띄면 먹이도 먹지 못할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외출하고 온 뒤 플라스틱 상자안의 사료들이 몽땅 없어졌고 플라스틱 상자 주변과 나무 데크에 새똥이 또 많이 떨어져 있었다. 내가 새들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새들은 플라스틱 상자로 가려진 사료도 다 찾아내어 먹었다. 그것도 친구들을 다 데려와서 나눠먹은 것이다. 그들은 그 흔적을 새똥으로 표현해놓았다.
그렇게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오자 새들의 길고양이 사료 훔쳐먹기도 끝이 났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끔은 새들이 우르르 몰려들던 그 겨울의 풍경이 떠올랐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벌써 찬바람이 시작되는데 새들은 또 어떻게 살아갈지.
다시 새들이 찾아온다면 새의 울음소리를 잘 기억했다가 그들의 이름이라도 알아봐야겠다.
독일의 유명한 환경생태학자 프레데릭 베스터 박사는 참새 한 마리 값을 한화 180만원으로 계산해냈다.
- 참새의 뼈와 고기값 480원
-정서적 가치, 신경안정제 값 1년 4만원
-해충구제비용 1년에 10만마리 구제, 이 중 6만마리는 사람이 방제해야할 몫 6만원
-씨앗 살포자,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면 8만원
-환경감시자, 공생파트너, 기술개발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여 합산 금액 40만원
-참새의 수명 5년 곱하면 180만원
<한국교원대 박시룡 명예교수의 칼럼에서 발췌>
내가 겨울에 만난 새들은 열 마리가 넘었으니 18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던 것이다. 저절로 새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덧붙이자면 새들이 사는 나무 한 그루가 인간에 끼치는 사회생태적 값은 연간 약 220만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매기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