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게 쫓겨난 길고양이 치즈는 아주 간간히 먹이를 먹으러 왔다. 하지만 그조차도 나비에게 들켜 치즈는 영영 우리집에 먹이를 먹으러 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아주 우연히 치즈의 아기를 발견했다. 우리집은 아파트 일층이고 현관 옆에 밖이 보이는 통창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정말 우연히 현관문을 열다가 유리창 밖을 보았는데 거기에 작은 아기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가 자는 곳은 밖에서 보면 우리집 입구 펜트리 아래였다.
아기 고양이가 오랫동안 곤하게 잠들어있길래 죽었을까봐 겁이 났다. 남편이 혹시나 싶어 밖으로 나가 아기 고양이 곁으로 다가갔다. 아기 고양이는 인기척에 놀라 벽아래 파놓은 구멍속으로 쏙 들어갔다.
죽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안도했다. 그렇다면 저 아기 고양이의 엄마는 누구일까? 그리고 그 의문은 금새 풀렸다. 아기 고양이가 눈에 자꾸 띄어 유리창 밖을 자주 보던 나는 아기 고양이 곁에 다가온 치즈를 발견했다. 치즈는 돌과 풀들만 있는 곳에서 아기 고양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치즈는 팬트리 벽 아래쪽 땅을 파서 은신처를 만들었다. 그 입구에는 까만 봉지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 까만 비닐 봉지는 아기 고양이가 쉴 수 있는 공간 같았다. 치즈가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 아기 고양이는 까만 비닐 봉지 위에서 잠을 잤던 것이다. 치즈는 우리집에서 멀리 떠나지 못했다. 다행히 우리집 뒷쪽은 사계절 내내 풀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풀숲 사이에서 아기 고양이를 키우는 치즈를 보며 어떻게 혼자 아기를 낳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뭘 먹고 살았지?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현관문을 나설 때 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리창 밖으로 쏠렸다. 치즈는 먹이를 구하러갔는지 잘 없었고 아기 고양이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쩌지? 내가 끼어들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느새 나는 치즈 가까이 밥그릇을 두고 있었다. 치즈는 그런 나를 다행히 알아봤다. 치즈는 내가 현관 밖을 나가면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러곤 밥그릇을 두고 들어오면 밥을 먹으러 갔다. 나는 아파트 로비에 있는 통유리창 너머로 치즈가 먹이를 먹으러 가는 걸 지켜보았다.
현관 입구 가까운 곳에 먹이를 두면 치즈가 위험할 것 같아 은신처와 별로 멀지 않지만 사람들 눈에 덜 띄는 곳에 다시 먹이를 두었다. 그러곤 치즈가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른 채 나를 쳐다보는 치즈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치즈는 조금 떨어진 곳의 먹이의 위치를 파악하였고 먹이를 잘 먹었으며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앞베란다에 찾아오는 나비와 나비의 아기 고양이에게도 먹이를 주었다. 나비가족은 앞 베란다, 치즈 가족은 우리집 뒷쪽에 살게 되었다. 나비는 나를 경계하고 나를 보면 고양이 특유의 캬악 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살기위해 민감해진 나비의 마음도 이해하기로 했다.
치즈에게 언제까지 먹이를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지금은 아기 고양이가 젖을 뗄 때까지만 하자고 마음 먹었다. 어느 정도 자라면 독립을 할테고 그러면 치즈도 좀 마음과 몸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나는 치즈가 처음 낳은 아기 고양이를 잘 키우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것이 나의 욕심인지, 과연 치즈에게 도움이 되는건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이제 치즈도 엄마다. 치즈가 엄마가 된 것을 축하해주고 싶다. 나는 밥을 먹으러 가는 치즈의 뒷모습을 보며 아기 낳느라 고생했다. 혼자 키우느라 애쓴다, 하고 속삭여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나에게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