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는 집 뒤 풀밭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육아를 했다. 오다가다 통유리창너머로 보이던 치즈는 아기 고양이와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우리집 뒤 풀밭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쪽 화단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없었기에 치즈는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치즈를 관찰하다가 엄마 고양이들이 아기 고양이와 많이 하는 장난이 무엇인지도 알아냈다. 엄마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면 아기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의 꼬리를 잡으러 갔다. 말그대로 꼬리잡기놀이.
정말 시시할 것 같은데 아기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 꼬리가 뭐 그리 좋은지 온 몸으로 뛰고 구르며 꼬리를 잡았다.
그렇게 한참 노는 듯 하다가도 이내 풀밭에 누워 낮잠을 즐겼다. 아기 고양이는 엄마 품에 꼭 안겨 있었다. 그 모습은 참 애틋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비가 쏟아지면 어디로 갔는지 감쪽같이 안 보였다.
지난 주에는 나흘동안 집을 비웠다. 나는 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치즈와 치즈의 아기가 걱정되어 평소 주던 밥그릇보다 더 큰 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담아 주었다. 비가 안 온다면 나흘동안 실컷 먹고 아기 고양이를 돌볼 수 있을거라는 단순한 계산을 했다. 하지만 집을 떠난 그날 오후부터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는 소식을 집에 남아 있던 남편이 전해주었다. 게다가 내가 가득 준비해준 사료들은 물에 퉁퉁 불어버렸다는 말도 전했다.
나는 치즈와 아기 치즈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내가 묻는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포기하고 나흘 뒤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그 다음날, 익숙한 치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란다문으로 다가가자 치즈가 낮게 야옹~ 하고 울어주었다. 나는 너무 반가웠고 얼른 먹이를 챙겨주었다. 츄르 하나도 보너스로 올려주었다.
치즈는 아기 고양이도 데려왔고 아기 고양이도 치즈를 따라사료를 먹었다. 그러곤 둘은 얼른 동백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는 고양이가 똥을 싸지 못하게 화분 받침대를 올려두었는데 그 위에 치즈와 아기 고양이가 자리를 잡았다.
나비가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조마조마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내 나비가 나타났다. 나비는 먹이를 먹으며 치즈를 쳐다보곤 했고 하악질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나비에게 발을 굴렀고 나비는 더이상 치즈를 공격하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치즈도 이제 요령이 생긴 것 같았다. 동백나무 아래에 숨어 있다가 먹이 먹으러 잠깐 오고 불리하면 동백나무 아래 숨기! 그런 치즈의 행동을 보며 이제 나도 한시름 놓았다. 집 뒷쪽 화단에 일부러 가지 않아도 집에서 먹이를 줄 수 있다니. 다행이다.
그동안 치즈의 먹이를 밖에 두느라 마음을 졸였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편안해졌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도 마음은 편안해지고 일상에 쏟아지는 햇살이 더 고와보인다.
치즈야, 오래오래 내가 주는 먹이 먹으며 건강하길 바란다. 이제 치즈도 진짜 엄마가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