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토마토 Nov 02. 2024

이적의 노래들, 이적과 김동률의 향기

ㅡ2024.10.20. 세종문화회관 이적콘서트를 다녀오다.

  이적콘서트 티켓팅을 하던 날, 오전부터 잔뜩 긴장했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충분히 티켓 구입은 가능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딸을 학원에 태워주느라 티켓팅 시간보다 1분 늦어버렸다. 나는 급히 딸을 내려준 뒤 딸의 학원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티켓팅을 시작했다. 화면의 대기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표를 못 구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취소표라도 사기 위해 틈틈이 예매사이트에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잠에서 깬 시간에도, 저녁밥을 준비하는 시간에도 계속 예매사이트를 눌렀다. 여러 날에 걸쳐 계속 예매사이트를 들락거렸고 아주 운이 좋게 1층 두 자리 연석을 잡았다. 기적이었다.


  이적이라는 사람은 알지만 가수 이적에 대해서는 낯설어하는 딸과 함께 가게 된 콘서트. 딸은 이적의 노래 중에서'하늘을 달리다'는 안다고 했다. 하긴 나도 딸이 좋아하는 보이즈넥스트도어에 대해 잘 모른다. 그들의 노래도, 얼굴도.


  돌이켜보면 이적이라는 가수는 내 또래들의 인생과 같이 한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달팽이'와 '거위의 꿈'을 흥얼거렸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이적의 '다행이다'를 귀가 따갑도록 듣고 다녔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거짓말거짓말거짓말', '빨래' 노래를 들으며 육아에 지친 일상을 조금 달래기도 했다. 작년에 나온 '반대편'은 출근길에 걸으며 듣기에 좋았다. '걱정 말아요 그대'는 걱정이 많은 날에 듣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었다.


  그랬기에 이적이 콘서트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애썼구나' 하고 달래주는 목소리였고 앞으로도 '잘 살아봐' 하고 다독여주는 목소리였다.  


  이적과 김동률 두 가수의 듀엣 장면을 보는 것도 무척 감동스러웠다. 그들이 카니발로 활동했던 때는 이십 대였다고 했다. 티브이에서 봤던 그들의 풋풋하고 어렸던 때가 떠올랐다. 이십칠 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함께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이 그림 같았다. 올해 마지막 스케줄이라는 김동률 가수의 말에 웃기도 했다. '거위의 꿈', '그땐 그랬지'에 이어 '벗'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벗'은 이십 대에 낸 카니발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하지만 두 가수는 '벗'이라는 노래가 지금 어울리는 노래라고 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민기 님을 추모하며 이적이 부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노래는 왜 그렇게 애잔하던지.

좋은 사람과 좋은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랜 여운처럼 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이적과 김동률 아저씨는 노래를 너무 잘한다고 좋아했다. 앞으로 그들의 노래들을 찾아봐야겠다고도 했다. 딸과 또 하나 통하는 게 생겼다.

  나는 콘서트가 끝나고 나올 때, 아쉬움과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함께라는 단어도. 


카니발 '벗'


 그래. 우리 철없던 날들은 다 갔구나
좋은 추억은 잠시라더니 그런가 보다 그래.
나도 허기진 너의 맘 다 알겠다
우린 때로는 너무 슬퍼도 웃는가 보다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제는 간 곳 없구나
밤새워 설레어 울었던 그 사랑도 세월에 흘러 흘러
그래. 이제 너와 나 단둘이 남았구나
이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또 가자꾸나
언제나 숨이 찰 때면 쉴 곳이 있어 좋구나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는 함께일까
그래 이제 너와 나만 남았구나 이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또 가자꾸나


<사진출처-중앙일보>

   

  

작가의 이전글 산토쉬순경을 만나러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