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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바댄스 시작하는 아줌마의 자세

by 그린토마토

운동은 해야하는데 딱히 좋아하는게 없어서 고민이 깊어질즈음, 지인이 줌바댄스를 하자고 했다. 나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하는 강좌라 비용 부담이 덜했고 가까이서 배울 수 있어 좋을 듯 했다. 하지만 몸치이기에 잠시 망설였다.


나보다 먼저 다니던 지인은 살짝 귀뜸했다.

- 막상 해보니 다들 발도 틀리고 손도 틀려요. 몇 명 빼고는 다 비슷한 입장일 것 같은데요.


나는 그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한번 가보는거야 어때? 하고 마음을 먹었다.


첫날, 내가 춤을 춘다는게 좀 웃겼다. 모르는 사람들과 춤을 추다니. 물론 가족들 앞에서 춤을 출 일도 없지. 근데 조금 추다보니 다들 모두 같이 춤을 추니까 부끄럽지 않았다. 못하고 잘하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강사님이 내가 처음 왔다고 동작도 개별적으로 봐주시고 나를 자주 봐주었다. 나는 그런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강사님의 눈에 가장 안 띄기 위해 어딜 서야할지 고민했다.

둘째날, 좀 재밌네 하는 생각을 한 뒤 좀더 신이 났다. 나는 강사님의 뒤쪽에 서서 한몸처럼 움직이면 보이지 않을거야,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내 동작은 서툴어서 강사님과 한몸처럼 되지도 않지만 최대한 강사님과 내 모습이 겹치게 했다. 당연히 거울 속에 내 모습도 강사님에게 가려져 안 보였다. 내 모습을 안 보니 못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셋째날, 꽤 잘하는 오전반 팀들이 저녁반에 들어왔다. 그 분들은 나와 의상부터 달랐는데 배꼽이 보이거나 알록달록한 의상이었다. 내가 입은 검은색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는 너무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그들처럼 입을 자신은 없었다. 나는 의상 대신 에어쿠션이 들어있는 댄스화를 사서 신었다. 폴짝폴짝 뛸 때 무릎이 덜 아팠다. 역시 장비부터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가기 전에는 가기 싫어서 갈까말까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가 이것도 안하면 뭐할래? 하며 일어나서 가곤 했다. 이제 잘하는 앞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살사는 어려웠다. 스트레칭도 힘들었다. 언제쯤 제법 잘하게 될지 알 수도 없었다.

그럴 때면 다시 장비를 마련했다. 나는 찰리브라운이 그려진 회색빈팔티셔츠를 하나 더 샀다. 역시 장비를 하나 더 사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해도 상관없이 한 시간동안 막춤 신나게 춘다는 자세로 임하니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주 약간 리듬을 타는 것도 느껴졌다. 한 일 년은 해야 댄스의 묘미를 알게 될까?




나는 춤을 추며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어린아이는 천진난만함과 망각 그 자체다. 아이들은 또한 새로운 시작과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 거룩한 긍정의 존재다. 춤은 천진난만함 그 자체로, 이는 춤이 몸 이전의 몸이기 때문이다. 춤은 망각으로, 이는 몸 자체의 무게를 잊게 하기 때문이다. 춤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것은 춤을 추는 동작이 스스로의 시작을 새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언제까지 춤을 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니체의 말을 되새기며 새로운 시작을 통해 새롭게 얻어질 나날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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