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꾀순이 고양이 나비

by 그린토마토

밤이 되면 치즈는 푹신한 방석이 있던 비닐집에서 쫓겨나 검은 집으로 갔다. 나는 검은 집안에도 같은 방석을 넣어두었다. 나비에게 번번히 쫓겨나는 치즈가 안쓰러웠다.

새 방석을 넣어 준 저녁, 치즈가 잘자는지 궁금해서 베란다 문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검은 집에서 내다보는 얼굴은 순둥이 치즈가 아닌 것 같았다.

검은 집안의 고양이는 나비였다. 나비가 사이, 검은 집에 새 방석이 있다는걸 눈치챘던 것이다. 나는 얼른 그 옆 비닐하우스를 보았다. 치즈는 아가고양이들과 비닐하우스에 있었다.

에휴. 꾀순이 나비. 나비는 꾀가 많고 힘도 셌다. 결국 치즈는 나비에게 또 밀려놨다.


아침이면 나비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치즈는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다른 곳에 있다가도 쫓아왔다. 치즈는 까칠한 강아지 같았다. 나는 치즈와 츄츄, 우유의 아침밥을 챙겨주느라 문을 열어놓았다. 치즈가 집안의 따뜻한 공기를 느꼈는지 두리번거렸다. 츄츄도 궁금한지 따라왔다. 치즈는 냄새를 맡았다. 심지어 낮게 야옹~ 하고 울기도 했다.

나는 치즈가 들어온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하고 말해주었다. 치즈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다가 안을 들여다보곤 겁이 났는지 다시 나갔다. 요며칠 부쩍 추웠기에 안의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풍경을 보던 아들은 "엄마, 잠깐 문 열어도 이렇게 추운데 내내 밖에 있는 고양이들은 진짜 춥겠다." 하고 한 마디 보태었다. 나 또한 내게 주어진 이 따뜻함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치즈의 방문은 실패. 다음 기회를 기다려봐야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