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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나비의 전쟁

by 그린토마토

이틀 전 우유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베란다 난간 위에 앉아 밖을 응시했다. 우유가 한번도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아주 잠깐 츄츄와 산책을 하던 모습도 목격했다. 그게 다였다.

정말 떠난 것일까? 우유와 치즈가 함께 밥을 먹던 모습이 그립다.

빈집에는 치즈와 츄츄가 각각 다른 공간에서 우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치즈는 더 쓸쓸해보였다.

빈자리는 금방 표가 나는 것 같았다. 우유가 멀리 떠난 것인지. 차라리 그런거라면 서운해도 우유의 독립을 응원해줄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로드킬이라도 당했을까 싶어 신경이 쓰여 동네를 돌아다녀보았다. 근처에는 보이지 않았다.

한 며칠 지난 뒤 무사히 돌아와 예전처럼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봐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았다.

이틀 뒤, 치즈가 보이지 않았다. 치즈가 머물던 자리에 한낮부터 나비가 앉아있었다. 밤이 되어도 치즈는 안 보였다. 나비와 가끔 보던 수컷 고양이가 방석을 차지했다.

이른 아침에는 고양이의 비명이 들렸다. 나는 그 비명을 듣고 베란다문을 얼른 열었다. 나비는 모른 척 앉아있었다. 아. 또 나비가 심술을 부리는구나. 본격적으로 치즈를 쫓아내고 집과 먹이와 베란다를 차지하기 위한 나비의 전쟁이 시작되었구나.

나비는 주기적으로 치즈 쫓아내기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벌써 네 번째였다. 나는 이번에도 물과 먹이를 내놓지 않았다. 나비에게 정확히 나의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치즈가 돌아왔을 때만 먹이를 내어줄 것이다.


나비의 전쟁이 얼른 끝나길, 다시 베란다에 평화가 찾아와 치즈와 우유가 돌아오길 기다려야할 것 같다. 영특한 나비에게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함께 한다면 정말 좋을텐데. 길고양이들의 삶이 팍팍하니 나비만 탓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비가 조금더 자비를 가진 고양이가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치즈와 우유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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