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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우유의 귀환

by 그린토마토

도대체 어딜 다녀온걸까? 나는 베란다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의 턱에 하얀 솜털이 보이길래 우유이기를 기대하며 살폈다. 한참 뒷모습만 보이던 고양이가 얼굴을 돌렸다. 우유다!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오랫동안 베란다를 떠났던 어린 우유가 얄밉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치즈보다 나에게 더 거리를 두는 우유는 베란다 비닐집에 있다가 문을 열자 저만치 떨어져 섰다. 어디까지 다녀온건지. 어쨌든 털에 윤기도 나고 아픈 곳이 없어보여 다행이라는 말부터 튀어나왔다.

-우유야,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길밥을 먹고 어떡해든 살아가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은 이런데서 하는 말인가보다.

우유는 이전처럼 츄츄와 단짝이 되어 겨울집에 같이 머물렀다. 츄츄는 우유보다 내가 덜 겁나나보다. 내가 문을 열자 여유롭게 나와서 기지개를 켰다.

호기심쟁이 우유는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도 우유의 시선을 따라 올려다보았다. 비둘기다! 세 마리가 우유를 내려다보았다.

우유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았다. 주변에 있는 새들을 둘러보고 떨어진 돌조각을 축구공처럼 차는 걸 좋아했다. 우유는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엄마 치즈와는 다르게 눈동자가 검었다. 검은 눈동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에게 말하는 듯 했다. 츄르는 언제 줄거니? 우유는 츄르의 맛에 꽂혔다. 사료위에 츄르를 올려주면 츄르만 쏙 빼 먹었다. 츄츄는 우유에게 번번히 츄르를 양보했다.

다시 우유가 왔지만 이전처럼 치즈가 계속 우유 곁에 있지는 않았다. 우유가 나타나자 오히려 이제 치즈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치즈는 언제든 나를 찾아올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치지 않기를, 쫓기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우유는 안본 사이 제법 점잖아졌다. 지난 여름, 돌틈에서 엄마를 찾던 그 우유는 이제 훌쩍 자라버렸다. 그리고 우유는 겨울바람 사이 시들고 버티는 나무들 사이로 콩콩 뛰면서 살아있음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한여름과 한겨울을 잘 견디고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우유의 길생활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구나. 이렇게 왔다가 떠나는 것도, 다시 오는 것도 우유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그저 우유라는 작은 생명을 마음속에 하나 간직할 뿐이다. 이별도 만남도 시간에 맡기고 행운을 빌 수 밖에.


아침일찍,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물이 얼어 있었다. 나는 끓인 물을 담아주고 사료를 내어놓고 그 위에 츄르를 올렸다. 우유야 춥다. 아주 잠시라도 따뜻한 물로 속을 데우고 마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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