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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우유의 집

엄마고양이 치즈가 떠난 집

by 그린토마토

아주 잠깐 눈이 왔다. 하지만 집은 비어 있었고 고양이들은 어딘가로 떠나고 없었다. 요즘은 나비도 치즈도 안 보였다. 가끔 눈큰 고양이-번개로 이름을 지었다-가 먹이만 먹고 잽싸게 도망갔다.

그래도 우유와 츄츄는 꾸준히 왔다.

물론 우유는 내 밥만 기다릴 뿐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우유는 츄르를 정말 좋아했다.

츄츄는 아예 밥은 안 먹고 우유가 밥 먹는동안 밖을 응시했다. 츄츄는 우유의 호위무사 같았다. 묵묵히 곁을 지키는 모습이 멋졌다. 엄마 나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유는 베란다 문을 여는 소리만 들려도 비닐집에서 나와 멀찌감치 떨어졌다. 안 본 사이 사람을 더 경계하는 듯 했다. 그렇게 떨어져 나를 살피며 먹이 주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런 우유를 보고 한번 웃고 사료를 담고 츄르를 얹고 물을 갈아주었다. 우유는 내가 문을 닫은 뒤에야 먹이통으로 다가왔다.

나도 이제 복직이라 한낮 고양이를 관찰하며 보내던 여유있던 시간과 헤어져야한다. 아침 출근 전에 잊지 않고 사료를 채워줘야 할텐데. 아침이 바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오늘은 왠일로 우유가 집안에서 나를 빤히 봤다. 나도 같이 마주 쳐다봤다.

우유는 먹이 챙겨줄 시간인걸 안건지 슬슬 나올 준비를 했다. 앞발이 쑥 바깥으로 나왔다.

아침 햇살에 비친 우유의 모습이 따사롭다.

오늘은 왠일인지 밥을 먹은 뒤에도 우유가 집에 머물렀다. 우유와 츄츄는 아침밥을 먹고 어딘가로 사라졌기에 오늘 모습은 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우유는 사료를 먹은 뒤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을 청했다. 다시 적응이 되었나. 엄마 치즈없이 혼자 자는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이제 우유도 어른이 된거겠지. 이제 치즈의 집이 아닌 우유의 집이 되었구나.


일년동안 내게 따뜻함과 행복감을 주었던 고양이들아, 나와 자주 마주치지 못해도 잘 지내거라. 너희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대할게! 남은 겨울도 힘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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